미국의 대표적인 두 혁신 기업이 손을 맞잡는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 구글과 20세기초 미국 자동차 산업을 열었던 포드가 자율주행차란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힘을 모은다.
오토모티브뉴스와 야후 오토 등 주요 외신들은 22일(현지 시각) 구글과 포드가 자율주행차 생산을 전담할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구글과 포드의 이번 조인트벤처 합의는 ‘독점 계약’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구글이 다른 자동차업체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구글, 디트로이트 진출…포드, 실리콘밸리 연구소 설립
두 회사의 제휴가 깜짝 놀랄 사안은 아니다. 구글과 포드 모두 상대편이 절실하게 필요한 건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행보를 봐도 알 수 있다. 구글은 그 동안 구글X의 한 부서로 운영됐던 자율주행차 사업을 지주회사 알파벳의 자회사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그만큼 이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단 얘기다.
그런 점에선 포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 주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승인받았다.
일단 두 회사의 장점 역시 확연하게 구분된다. 구글은 풍부한 자율주행차 경험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지역에서 160만km 이상 주행한 ‘임상 실험’ 경험이 있다.
게다가 구글의 또 다른 강점은 실리콘밸리 최고 IT 기업 특유의 탁월한 기술력이다. 머신러닝을 비롯한 각종 기술을 풍부하게 축적하고 있어서 자율주행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어느 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자율주행’ 쪽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구글의 약점은 ‘자동차’다. 완성차 제작 기술을 비롯해 유통망과 각종 법률 처리 경험 등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은 포드가 풍부한 자료와 경험을 갖고 있다. 미국 2위이자 세계 5위 자동차업체인 포드는 전 세계에 70개의 제작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구글과 포드가 서로를 간절하게 원했을 것이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양측은 이미 서로 영역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다.
포드는 실리콘밸리에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구글 역시 자동차의 도시인 디트로이트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디트로이트는 포드를 비롯해 GM, 피아 크라이슬러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업체들이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도시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구글이 자동차 제작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구글 입장에선 자동차 제작보다는 자신들의 플랫폼 확대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드가 구글과 손을 잡은 대목은 생각해볼 거리가 있다. 실제로 출하 대수 면에서 세계 최대인 일본 토요타는 ’홀로 서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 구글 무인차 책임자 포드 출신…포드 전 CEO는 이사회 멤버
포드를 비롯한 전통 자동차업체들도 단독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부문이 전통 자동차에 비해 마진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더버지에 따르면 포드 역시 자율주행 기능과 충전을 비롯해 다양한 연구 개발 작업을 해 왔다. 애플,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훨씬 전부터 자율주행 쪽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전통 자동차 쪽 뿌리가 강한 기업 문화상 쉽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게다가 IT 쪽 기술을 응용하는 부분엔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구글과 합작을 택한 것은 이런 한계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과 포드가 인연을 맺는 덴 중요한 연결고리가 또 있다. 바로 앨런 물라리 전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해 구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 부분이다.
잘 아는 것처럼 물라리 전 CEO는 포드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포드를 재정적으로 건강한 회사로 탈바꿈시키면서 직원들의 존경을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물라리는 지난 해 포드 CEO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구글 이사회에 합류했다. 두 회사가 공동 작업을 할 때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해낼 적임자인 셈이다.
게다가 구글이 지난 9월 무인차 개발 사업 책임자로 영입한 존 크라픽도 포드와 인연을 맺은 적 있다. 현대차 미주 법인 임원 출신인 존 크라픽은 한 때 포드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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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글의 자율주행차 파트너가 포드 한 회사만은 아닐 가능성이 많다. 구글 입장에선 파트너가 다양할 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파트너가 포드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그 배경엔 인적 연결고리가 중요한 매개체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