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수입차시장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입차 브랜드는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내수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22.5% 늘어난 21만9천534대를 판매했다.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웃돌며, 국내시장 진출 이후 첫 2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연말까지 올해 연간 판매량은 23만5천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역시 독일 브랜드가 전체 시장을 주도했다. BMW·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 등 4개 독일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67.2%에 달한다. 특히 올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BMW의 수성과 메르세데스-벤츠의 도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BMW는 총 4만2천653대를 판매,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어난 판매량이다. 점유율은 19.43%다. 뒤를 이어 벤츠가 같은 기간 4만2천44대를 판매해 전년동기 대비 무려 29.4% 급증하며 2위에 올랐다. 점유율 19.15%다.
BMW와 판매 격차는 불과 609대에 불과해 연말까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 BMW는 내수시장에서 총 3만3천617대를, 벤츠는 3만107대를 판매해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는 3천510대였다. 최근 6년 동안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있는 BMW의 아성에 올해는 벤츠의 추격이 매섭다. 10월 누적 판매 기준에서는 벤츠가 BMW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서기도 했다.
다만 최근 판매 추이로는 BMW가 다시 한 번 선두 사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BMW는 11월 국내에서 4천217대를 팔며 전월 대비 33.6% 늘어났다. 반면 벤츠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 대비 7.3% 감소한 3천441대에 그쳤다. 11월 누적판매 모델 순위에서도 BMW는 520d(3위, 5천921대), 320d(6위, 4천388대), 520d xDrive(10위, 3천981대) 3개 모델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벤츠는 E200 블루텍(8위, 4천169대)가 유일하다.
벤츠의 올해 실적을 이끌었던 S클래스의 최근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BMW에게는 호재다.
S클래스는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국내에서 9천458대(마이바흐 포함, 쿠페 제외)가 팔려나가며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국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S클래스는 올 들어 6월(1천83대)을 정점으로 하반기 판매 추이가 월 500~600여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S클래스의 판매량이 줄어든 이유를 경쟁 차종의 연이은 신차 출시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 에쿠스 등 경쟁 모델의 노후화로 국내 대형세단 시장에서 경쟁자를 찾기 힘들었으나 최근 연이어 신차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BMW는 지난 10월 신형 7시리즈를 선보였고, 이달에는 제네시스가 첫 데뷔작인 EQ900를 출시했다. 회장님 차(車)'로 불리며 공고한 충성 고객군을 거느리고 있는 S클래스지만 이들 차종의 신차 효과로 적지 않은 이탈 고객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형 7시리즈는 신형 모델이 투입된 첫 달인 10월에는 269대가 팔려 올 들어 월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고 지난달에도 222대가 팔려 월평균 판매량을 웃돌았다. 출시 전 사전계약 물량인 1천여대를 아직 다 소진하지 못한 상태다.
BMW 관계자는 "신형 7시리즈가 글로벌 주요시장에 동시에 출시되면서 국내 도입 물량이 부족했다"면서 "충분한 물량 공급이 이뤄지면 판매량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Q900 역시 지난달 23일부터 출시 당일인 지난 9일까지 영업일수 13일간 총 1만2천700여대의 사전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10일부터 실시된 본 계약에서도 하루 평균 150여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난에 고객 인도까지 3~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에도 국내에서 디젤 모델의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는 것도 BMW의 선두 수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진 9월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비중은 67.8%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10월에는 올 들어 월간 최저 수준인 63.5%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73.3%로 반등하며 월간 기록을 갱신했다. 폭스바겐 사태가 촉발되기 이전인 8월(72.3%)보다 오히려 1.0%p 증가했다. 내수시장에서 BMW의 디젤차 판매 비중은 80%를 상회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 1위라는 타이틀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향후 실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벤츠의 하반기 초반 기세가 매서웠지만 막판에 접어들면서 BMW의 선두 수성을 막기가 다소 힘이 부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벤츠가 내년 국내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늘릴 예정인 만큼, 향후 BMW와의 선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벤츠는 다음달 '더 뉴 GLE'와 '더 뉴 GLC'를 국내시장에 선보인다. 이에 따라 SUV 라인업은 GLA, GLC, GLE, G클래스 등 총 4개 차종으로 늘어난다. 이어 하반기에는 7인승 플래그십 SUV GLS와 럭셔리 SUV 쿠페 GLE 쿠페를 추가, 총 6종의 SUV 라인업을 운영하게 된다. 벤츠는 이를 통해 현재 전체 7% 수준인 SUV 판매량을 두 배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중형세단 E클래스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도 내년 상반기 선보일 전망이다.
BMW는 내년 X5와 3시리즈, 7시리즈에 각각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국내에 선보인다. 상반기에는 X5 x드라이브 40e와 3시리즈의 PHEV 모델인 '330e'가, 하반기에는 7시리즈의 PHEV 모델인 '740e'가 출격을 예고하고 있다. 소형 SUV X1의 완전변경 모델과 고성능차 M2 쿠페, X4 M40i도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된다. 3시리즈와 함께 대표적인 볼륨 차종인 5시리즈의 풀체인지 모델도 하반기 선보이고 E클래스에 맞불을 놓는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BMW와 벤츠가 내년에도 대거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수입차 선두 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며 "주력 세단모델인 5시리즈와 E클래스의 맞대결도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BMW와 벤츠는 지난해 나란히 수입차 최초로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했지만, 사회공헌활동 측면에서는 전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벤츠코리아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 늘어난 2조2천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1천221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가량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약 3배 증가한 96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 기부금은 11억여원에 불과했다. 순이익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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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BMW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17억원이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2조3천억원으로 벤츠와 크게 차이가 없다. 영업이익은 571억원으로 122%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01억원으로 37억원 증가했다. 벤츠코리아의 영업이익은 BMW코리아보다 2배 이상 많고 당기순이익은 약 5배에 달한다.
여기에 BMW코리아는 BMW코리아미래재단을 통해 지난해 27억원을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환원했다. 2011년 설립된 BMW코리아미래재단은 작년까지 국내에서 추진한 사회공헌 활동에 총 143억원을 사용했다. 작년 7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인천 영종도에 BMW드라이빙 센터를 건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