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연이은 조직 개편을 통해 미디어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4월 미디어를 한 축으로 3대 차세대 플랫폼 중심으로 나가겠다고 밝힌 이후, 미디어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16일 SK텔레콤은 조직을 개편하면서 미디어부문을 신설했다. 미디어와 함께 3대 차세대 플랫폼에 속하는 생활가치와 IoT는 기존 사업부문의 명칭을 변경한 것이지만, 미디어부문은 새로 만들었다.
회사 측은 “통합 미디어플랫폼의 경쟁력 제고를 확고히 해 나가기 위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미디어 사업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여전. 2년전만 하더라도 미디어 사업은 SK브로드밴드나 SK플래닛과 같은 계열사에만 맡겨두고, SK텔레콤은 MNO 사업과 융합형 신사업에만 몰두했다.
유선 시장의 강자인 KT가 2012년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힘을 싣는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SK텔레콤이다.
■ SKT 미디어 사업 강화, 어떻게 준비해왔나
변화의 조짐이 강하게 일기 시작한 때는 올해 초부터다.
미디어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회사 내에 흩어진 미디어사업을 한데 모았다. 동시에 CJ헬로비전에서 N스크린 서비스 ‘티빙’을 총괄하던 김종원 상무를 영입,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미디어 사업을 동시에 챙기는 역할을 맡겼다.
이후 3월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완전 자회사 전환을 계기로 미디어와 같은 신규 성장 영역에서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SK브로드밴드를 SK그룹의 손자회사격에서 벗어나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발판이 됐다.
7월에는 SK플래닛의 ‘호핀’ 사업부문을 SK브로드밴드로 분할합병시켰다. 모바일TV 사업 중복을 막고 Btv모바일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시키는 작업을 거친 것이다.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삼지애니메이션의 윤상철 전 부사장을 SK브로드밴드로 영입한데 이어 CJ미디어 출신의 미디어 전문가 윤석암 전 TV조선 본부장도 확보했다. tvN 대표, TV조선 편성실장과 편성제작본부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이처럼 미디어 사업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던 SK텔레콤은 지난달 CJ헬로비전 인수에 나서면서 정점을 찍었다. KT그룹을 제외한 최다 가입자 유료방송 사업자를 거두게 됐을 뿐만 아니라 케이블TV와 IPTV라는 이종망 방송사로 나서게 됐다.
■ 이인찬 미디어부문장, 미디어 패권 도전
SK텔레콤 내에 신설된 미디어부문이지만 수장은 SK브로드밴드의 이인찬 대표가 맡는다. 이인찬 대표에 미디어 플랫폼의 미래를 맡겼다는 뜻이다.
이인찬 대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출신으로 SK텔레콤을 거친 이후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SK 내에서 미디어 사업 강화에 가장 많은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이 지금까지 해왔던 미디어 사업과 내년도 미디어 사업은 확연히 다른 판이 될 전망이다. 당장 CJ헬로비전 합병 인가 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인가 이후에는 업계를 선도하는 미디어 사업을 펼쳐야 한다.
때문에 이인찬 대표에 주어진 짐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하지만 전략은 이미 마련돼 있다. 이인찬 대표는 최근 CJ헬로비전 인수 관련 간담회에서 “800만 가입자 사이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 기반 롱테일 전략이나 콘텐츠 다양성, 콘텐츠 니즈 만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인찬 대표가 이끄는 미디어부문의 목표는 1천500만 가입자를 거느린 플랫폼 구축이다. 장동현 사장이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 전환을 들고 나왔을 때, SK텔레콤은 1천500만의 미디어 가입자를 품겠다고 밝혔다.
당시만 하더라도 선언적인 수치로만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현실적인 목표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CJ헬로비전을 포함해 유선망 기반 유료방송 가입자는 750만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 선보인 핫질과 기존 모바일IPTV 서비스 Btv모바일 230만여명을 더하면 1천만 미디어 가입자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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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망 기반 미디어 가입자는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에 따라 수백만 단위의 가입자 증가는 어렵다. 모바일TV 등 뉴미디어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CJ헬로비전 합병 이후, 이인찬 대표의 과제다.
업계에서는 이인찬 대표가 CJ헬로비전 합병 이후, 추가적인 미디어 회사 인수합병도 진두지휘 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