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민간 IT기업 사업 침해 논란 여전

금융감독원 주소관리서비스 도마위

컴퓨팅입력 :2015/12/04 09:44

황치규 기자

공공 정보화 사업이 민간과 충돌하는 것을 가능하면 미리 막아보자는 것이 최근 정부 정책의 기조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민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공공 정보화 사업을 걸러내기 위해 'SW영향평가제도'까지 도입했다.

정부 기관이 SW나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무상으로 배포하면서 정작 해당 시장에서 성장해야하는 민간 업체들이 타격을 입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그러나 공공 서비스가 민간 기업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경우는 지금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도마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1월 ‘금융거래 수반 주소 일괄변경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변경된 주소를 해당 시스템에 등록하면 이후에는 금융기관이 우편물을 새 주소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금융기관이나 사용자 모두 무료로 쓸 수 있다. 바뀐줄 모르고 예전 주소로 우편물을 보낸후 반송 처리하고 다시 보내는데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기업들에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서비스인 셈이다. 개념만 놓고보면 꼬투리 잡을게 없다.

문제는 금감원과 유사한 서비스를 국내 벤처 기업인 짚코드가 16년전부터 제공해왔다는 것. 짚코드는 금감원이 서비스를 내놓게 되면 회사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나종민 짚코드 대표는 "금감원 관계자들을 만나 16년 동안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금감원은 금융권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큰 문제될 게 없다고 하지만 짚코드는 금융기관을 빼면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나종민 대표는"이통 3사와 유통 회사 10개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다 금융권"이라며 금융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짚코드는 일반인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고 우편물을 발송하는 기업들에게 건당 100~200원을 받은 방식으로 우편물 주소 변경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04년부터는 KT와 제휴해 KT무빙이라는 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집코드 연매출 규모는 5억원 정도다. 직원수는 11명이다. 나종민 대표는 " 금융기관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금감원이 서비스를 내놓게되면 금융권 고객 이탈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렇게 되면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고 거듭 호소했다.

나 대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짚코드 같은 서비스가 있는 줄 모르고 ‘금융거래 수반 주소 일괄변경 시스템’을 준비해왔다. 짚코드가 먼저 찾아가 서비스 존재를 알렸음에도 1월에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는 금감원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행보는 미래부 소속 우정사업본부나 행정자치부의 스탠스와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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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와 행자부의 경우 짚코드와 협력해 우편물 주소 변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 기업과의 충돌보다는 협력을 선택한 예다. 나종민 대표에 따르면 2005년 우정사업본부는 유사한 서비스를 하려다 민간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짚코드와 제휴를 맺었다. 행정자치부가 제공하는 민원24 및 전자정부서비스에도 짚코드 서비스가 들어가 있다. 나종민 대표는 "짚코드는 정부와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면서 "금감원에도 협업 모델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논란에 대해 금감원 측은 짚코드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 제한적인 만큼, 민간 기업 사업 영역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종민 대표는 "금감원측이 집계한 숫자는 오류"라며 "정부기관 때문에 회사가 묻을 닫게 생긴 만큼, 앞으로도 계속 부당함을 호소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