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M&A 본격화…“칸막이식 규제 틀 바꾸자”

SKT, 헬로비전 M&A...'규제 패러다임' 전환해야

방송/통신입력 :2015/12/02 13:59    수정: 2015/12/02 15:27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을 계기로 기존에 역무별, 칸막이식 규제 틀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 융합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방송-통신-인터넷 기업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방송통신 정책은 아직도 촘촘한 칸막이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방송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여년 동안 서비스 역무간 설비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추진해온 유효경쟁정책 등을 방송통신 기업간 M&A와 융·복합 트렌드에 맞춰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까지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설비기반 정책이 경제적 효과와 함께 세계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는 데에는 큰 성과를 거뒀지만, 넷플릭스나 유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융복합 미디어들이 출연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 IT 시장은 구글, 알리바바 등 기존 인터넷 기업이 미디어 시장 뿐만 통신시장으로 영토확장에 나서면서 방송-통신-인터넷 기업간 M&A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M&A 사례 중 통신·미디어 비중이 2009년 7.1%에서 지난해 16.6%로 확대되는 등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해외 주요 통신-방송 기업들은 정체된 시장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대규모 M&A를 추진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ICT 기업의 국내시장 잠식 우려와 중국사업자의 약진, 방송·미디어 산업 간 융·복합 트렌드에 따른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글로벌 통신·미디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 정체을 돌파할 수 있는 '메가딜'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IT 시장에 큰 회오리를 몰고오고 있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도 새로운 융합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광훈 중앙대 교수는 “정체된 방송과 통신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구조 개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대규모 M&A를 통해 소비자편익과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M&A 정책을 전향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SK텔레콤도 통신-방송시장의 성장정체, 글로벌 기업의 시장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방송 사업자간 거대 빅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J헬로비전과 인수합병으로 궁극적으로 다양한 서비스 경쟁이 촉발돼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진화된 미디어 서비스로 이어져 국내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미디어 산업이 규모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칸막이식 규제’를 제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내 ICT 정책은 참여자 간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해관계 충돌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규율하는 데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상파-유료방송사간 재송신 공방이 꼽힌다, VOD 대가 또 새로운 ICT 규제 틀 마련이 필요하지만 부처 간 규제권한으로 인해 과잉·중복규제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성없는 IPTV'인 DCS 등을 비롯해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서비스가 나올때마다, 규제정책이 기술이나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융복합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단일한 시장으로 삼을 수 있는 '규제의 일원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에는 네트워크 사업자가 주로 이용자와 접점을 형성하여 영향을 미쳤으나 지금은 CPND 모두 이용자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미침에 따라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네트워크 중심의 시장 생태계가 CPND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각 산업 내 플레이어의 영향력을 고루 반영하는 새로운 체계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송통신산업이 수직적 칸막이식 규제에서 벗어나 수평적 규제체계, 스마트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수요자 중심의 수평적 규제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은 ICT 융합형 규제체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이미 방송통신 전 영역을 전송과 콘텐츠로 구분해 규제정책을 펼치고,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소매시장 사전규제를 폐지하고 특히 결합서비스 시장에서는 사전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사전규제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지난달 국회에 발목이 잡히면서 뒷걸음질을 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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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교수는 “향후 ICT 정책은 산업의 진화와 다양한 서비스 활성화, 건전한 경쟁촉진과 투자확대, 정보격차 해소 등이 우선돼야 하고 이용자 중심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네트워크와 디바이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플랫폼과 콘텐츠 등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형태로 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초연결시대, IoT 시대에는 어떤 비즈니스가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전규제가 사실상 어렵다”며 “규제전환을 통해 신규, 융합산업 육성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