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26~27일 이틀 동안 201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 지었다. 올해 인사의 총평은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상을 주는 엄격한 성과주의, 사장급 연쇄 이동을 통한 분위기 쇄신,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등 신성장 사업 강화로 요약된다.
세계 경기의 저성장 기조 지속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과감하게 돌파해 미래성장을 꾀하기 위한 큰 폭의 혁신인사를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LG그룹 계열사인 LG유플러스, LG CNS, LG상사는 2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임원인사를 확정 발표했다. 앞서 지난 26일엔 LG전자, LG이노텍, LG화학, LG생활건강, ㈜LG 이사회,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가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정기인사에서는 총 122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 하에서 임원 승진폭의 정예화를 위해 전체 승진 규모가 지난해 130명에 비해 축소됐다. 다만 사장급 이상(부회장·사장 포함) 승진자는 10명으로 지난해 사장 승진자만 3명을 선임한 것과 비교해 최고경영진을 강화했다.
■구본준 부회장, (주)LG 이동…신성장동력 발굴 집중 지원
올해 LG 그룹 인사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거취였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LG전자 CEO직을 계속 맡으면서 지주회사인 (주)LG에서 신사업 총괄을 겸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주)LG에 신설된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구 부회장의 (주)LG 이동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시간과 신속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신사업 분야에는 전문경영인 보다 오너경영인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구 부회장은 과거 LG필립스LCD 대표이사 시절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 현재 LG디스플레이를 시장 1위로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LG전자에서도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B2B 사업을 궤도에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이번 인사에서 두 명의 부회장이 새롭게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전지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전기차 및 ESS 등 중대형전지 분야에서 시장 선도의 발판을 만든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LG유플러스로 이동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CD 산업 성장이 둔화되고 공급과잉이 구조화되던 2012년 사장 취임 후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선도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대형 LCD 시장에서 6년 연속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했고, OLED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들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6년 간 LG유플러스를 이끌었던 이상철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5명 체제인 LG그룹 부회장단에도 변화가 생기게 됐다. 기존 구본준 (주)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 부회장,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에 더해 권영수 부회장과 한상범 부회장이 합류하면서 LG그룹 부회장단은 총 6명이 됐다.
또 CEO급 경영자들이 계열사 간 이동하는 인사를 실시해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는 평이다. 구본준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의 이동과 함께 LG전자 박종석 최고기술자문(CTA) 사장이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으로, LG유플러스 김영섭 CFO 부사장이 LG CNS 대표이사 사장으로, LG이노텍 이웅범 대표이사 사장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LG전자, CEO 중심체제→사업본부별 책임경영체제 강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조직체계에 큰 변화를 맞게 됐다. 구본준 부회장의 (주)LG 이동으로 부회장급 CEO 자리가 사라지고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사장, 조성진 H&A사업본부장 사장 등 3인이 각자대표 체제를 갖추게 됐다. 각자 대표 체제는 대표이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경영 방식으로 공동 대표 체제에 비해 자율권이 보장돼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4개 사업본부(HE사업본부, VC사업본부 포함)별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각 사업에 대한 대내·외 대표는 사업본부장이 수행하고, 사업본부 공통사안을 수행 및 사업본부를 지원하는 경영지원 총괄을 신설해 CFO인 정도현 사장이 겸직한다.
올해 사장 승진자는 8명이 나왔다. 특히 LG가 그룹 차원에서 전력을 쏟고 있는 신성장사업인 에너지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실적을 낸 이들이 대거 발탁됐다.
사장 승진자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 파격 승진한 홍순국 LG전자 사장이다. 그는 신성장 사업인 에너지와 자동차 부품 분야의 장비 기술 개발로 수주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소재·생산기술원장을 맡았다. LG 사업개발팀 백상엽 부사장은 부사장 1년차에 (주)시너지팀 사장으로 발탁 승진했다.
그는 에너지 사업 전개 차원에서 울릉도·제주도 등 국내외 도서지역을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전환하는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ESS 사업의 본격 추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백상엽 사장이 이끄는 (주)LG 시너지팀은 기존 사업개발팀과 통합해 그룹 주력사업의 시너지 활동을 강화하게 된다.
이와 함께 LG화학 손옥동 기초소재사업본부장은 석유화학과 소재 등의 분야에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 2배라는 성과창출에 기여했고, LG화학 김명환 배터리 연구소장도 전기차용 전지 및 전력저장 전지 시장을 선도한 성과로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LG생활건강 정호영 CFO 부사장이 LG화학 CFO 사장으로, LG유플러스 김영섭 CFO 부사장이 LG CNS 대표이사 사장으로, 서브원의 MRO사업을 맡아 해외시장 개척 및 해외매출 증대에 기여한 이동열 부사장이 MRO사업담당 사장으로, ㈜LG 사업개발팀 백상엽 부사장이 시너지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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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 승진자 중에서는 LG그룹 최초로 여성 부사장이 나왔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전무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1위 지위를 확고히 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 3년 차에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안정 LG전자 부장과 문진희 LG생활건강 부장도 각각 상무로 승진해 LG그룹 내 여성 임원은 모두 15명이 됐다.
올해 LG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새롭게 상무로 선임된 승진자 평균 나이는 48세로 지난해와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