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대다수 음원 유통사들이 ‘끼워팔기’형 추천 제도를 폐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추천곡 폐지만으로 음원 사재기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면서 엠넷닷컴, KT뮤직, 벅스, 소리바다 등 주요 음원 유통사들이 끼워팔기형 추천곡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1위 사업자인 멜론은 추천곡 제도 폐지 대신, 이를 빅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로 대체하기로 했다.
추천곡 제도란 각 음원 사이트들의 순위 맨 상단에 각사들이 추천하는 곡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최초에는 순위와 관련 없는 곡들이 추천되지만 이용자들 눈에 쉽게 띄고, 순위권 노래를 전체 선택해 듣는 이용자들이 많아 추천곡들이 순위권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가수들의 순위 경쟁에 공정성이 떨어지고, 이는 곧 이용자들의 보이지 않는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일각에서는 일부 기획사들이 추천곡 선정을 위해 음원 유통사에 모종의 거래를 한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문제는 추천곡 제도 폐지가 음원 사재기 논란을 없애거나 줄이는 데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공정한 순위 경쟁에 해악을 가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특정 기획사들이 음원을 일시에 사재기함으로써 순위를 높이려는 ‘꼼수’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언론사는 중국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수백 대의 휴대폰을 이용해 특정 가수 음원을 지속적으로 스트리밍 하거나 다운로드 받는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또 멜론에 등록돼 있는 팬 아이디를 전수 조사해 가짜로 추정되는 아이디를 다수 발견하기도 했다.
국내 음원 시장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추천곡 제도 폐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MBC ‘쇼!음악중심’처럼 순위제를 폐지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순위 조작을 노리는 음원 사재기를 100%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적어도 추천곡 제도 폐지를 잇는 또 다른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대로 음원 사이트 순위제도가 갖는 순기능, 즉 최신 유행하는 곡을 이용자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순위제 폐지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한편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제4차 콘텐츠 산업위원회’를 열고 음원시장의 사재기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음원 사재기 처벌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업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부처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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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음원 유통사 관계자는 “추천곡 제도 폐지가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업계가 함께 나선 자정노력의 첫 걸음”이라면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순위를 높이려는 시도들을 모니터링 하고 차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는 “지난 10월 국내 전체 음반 기획사에 깨끗한 유료 음원 시장 환경을 위해 사재기 등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며 “이상 징후를 보이는 아이디는 순위 차트 집계에서 제외되거나 강제 탈퇴 조치까지 취해진다. 문화부 가이드라인을 참조해서 비정상 이용행태를 제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