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과 구글의 자바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5년전 시작된 소송전에서 이들은 1심과 항소심을 거치며 각각 1승을 거뒀고, 내년 파기환송심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런데 담당 판사가 양측에 이 재판을 최대 2020년까지 미룰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무슨 일일까?
미국 법률매체 커트하우스뉴스서비스는 지난 19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지방법원의 윌리엄 앨섭 판사 앞에 3자의 입장에 선 변호사들이 출석했다고 전했다. 오라클, 구글, 그리고 소송피해규모 산정을 위해 섭외된 외부전문가(independent expert) 제임스 컬 박사의 변호사였다.
이들은 앨섭 판사 앞에서 구글과 오라클간의 자바 소송에 개입하는 컬 박사의 외부전문가 자격을 놓고 적절성에 관한 논박을 벌였다. 이는 오라클이 앞서 컬 박사로부터 이 재판의 외부전문가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앨섭 판사에게 요청한 데 따라 진행된 절차였다.
이날 오라클 측 주장에 따르면, 컬 박사는 구글 쪽에 간접적으로 고용돼 있기 때문에 자바 소송에 중립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그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특허 소송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파트너인 삼성에 유리한 역할을 수행했고, 이 소송전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이다.
오라클에 따르면 당시 컬 박사의 역할은 애플이 삼성 측에 청구한 20억달러의 배상 규모를 과도해 보이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삼성이 반소청구한 특허침해 배상 규모를 670만달러 수준으로 산정했고, 삼성 측에선 그에게 관련 분석을 수행한 보수로 50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이런 오라클 측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구글 측 변호사는 자신이 속한 로펌의 누구도 애플과 삼성전자간 특허 소송에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그 사건에서 컬 박사의 역할은 오로지 삼성측의 반소 제기에만 관련돼 있다고 반박했다.
컬 박사 측 변호사 역시 구글 측과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컬 박사는 이 소송에서 오라클과 구글, 어느 쪽의 편에도 서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애플과 삼성전자간 소송건에 관련해 구글 측의 누구와도 상의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3자의 변호사들의 입장을 들은 앨섭 판사는 "나는 (구글, 오라클)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다"며 "전문적으로 순수한(중립적인) 인물을 원한다"고 말했다.
오라클 측 변호사 매튜 부시는 앨섭 판사에게 "배심원들이 피해 산정 관련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중립적인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면, 흠결이 없는 '전문적으로 순수한'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 박사는 중립적이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앨섭 판사는 "만일 내가 부시 변호사의 의견에 따라 컬 박사를 내칠 경우, 우리는 다른 전문가를 찾는 동안 재판 일정을 18개월간 연기해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심리는 2019년이나 2020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앨섭 판사의 말처럼 오라클과 구글의 재판 일정이 2020년까지 미뤄진다면 이들의 전쟁은 족히 10년을 채우게 된다.
오라클은 지난 2010년 1월 자바를 개발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74억달러에 인수하고, 그해 8월 구글을 고소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 관련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최대 61억달러 피해 배상을 청구하면서다.
오라클은 2012년 5월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오라클의 자바 특허 관련 주장은 배심원 평결로 모두 기각됐다. 구글이 침해했다는 자바API 저작권 관련 주장은 배심원 평결에서 인정됐지만, 재판부는 자바API가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해 구글 손을 들어줬다.
오라클은 2013년 2월 항소 준비서면 제출을 통해 2차전에 돌입했다. '자바 특허 보호' 대신 '자바API 저작권' 주장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소송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2014년 5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마침내 자바API를 저작권 보호대상으로 인정하면서 오라클이 승소했다.
패소한 구글은 2014년 10월 대법원에 상고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미국 대법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의견을 참고한 뒤 올해 6월 구글의 상고허가를 기각했다. 이에 오라클과 구글의 법정다툼은 1심이 열렸던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됐다.
파기 환송심에서 구글이 자바API를 도용했는지 여부는 쟁점이 아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오라클의 자바API 패키지 37개를 사용한 것이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fair use)' 개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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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 환송심 일정은 내년 봄 이후로 예고됐다. 지난달초 특허전문가 플로리언 뮬러는 사전심리는 2016년 4월 27일로 정해졌고, 재심은 최대한 빠르게 열릴 경우 5월 9일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 오라클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특허 관련 소송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에 유리한 역할을 한 전문가의 개입에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내년 봄 진행을 예고했던 파기 환송심의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