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북스 저작권 침해 공방에서 구글을 지켜준 ‘공정 이용’ 조항이 오라클과 분쟁에서도 방패막이가 되어줄 수 있을까?
미국 뉴욕에 있는 제2 순회항소법원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구글이 책 수 백 만권을 스캔한 것은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덕분에 구글은 10년에 걸친 작가조합과의 저작권 공방에서 연이어 승리하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5년 시작된 구글과 작가조합의 소송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의 적용 범위와 관련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법원 역시 이런 관심에 걸맞게 공정 이용의 범위에 대해 신중한 해석을 내놨다.
구글은 ‘공정 이용’ 조항 덕분에 전 세계인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도서관을 만든다는 야심을 계속 실현해나갈 수 있게 됐다.
이번 소송은 또 다른 의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구글이 오라클과 공방 중인 자바 저작권 침해 소송이 바로 그것. 2010년 오라클 제소로 시작된 ‘자바 저작권’ 소송에선 구글이 다소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자바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온 이 소송에서 구글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핑계거리가 바로 공정 이용 조항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법 107조, 오라클 소송 땐 어떤 작용?
미국 저작권법은 제107조에서 공정이용 판단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이용의 목적과 성격 (비영리 목적이나 보도, 학술 인용)
2. 저작물의 특성
3. 이용 분량과 함께 전체 저작물에서 어느 정도로 핵심적인 부분이었냐는 점
4. 저작물 이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구글이 작가조합과 공방을 벌인 ‘구글 북스’ 소송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저 조항 덕분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구글 북스가 비영리적 목적으로 수행되는 사업일 뿐 아니라 이용 분량 역시 극히 제한적이란 점에 주목했다.
특히 구글 북스는 독자들의 책 검색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궁극적으론 출판업자들의 판매에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문제는 이런 기준을 ‘자바 소송’에 적용할 경우 오히려 구글 쪽에 불리한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제2순회항소법원 판결 이후 그 부분을 짚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구글 북스 무죄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논리가 자바 소송에선 오히려 구글을 옥죌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스페이턴츠는 항소심 재판부 판결문 중 “구글이 책 페이지를 작은 조각으로 분리해서 구성한 것은 검색 용어 주변의 맥락이 관심 영역 내에 있는 지 여부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란 부분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조각으로 보도록 한 것은 연구자들의 변형적 이용에 가치를 더해준다”는 것이 항소법원의 판결 근거였다. 미국법원은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 개념을 공정 이용 판단에서 중요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변형적 이용은 ‘상업적 이용’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서 흔히 목적의 비상업성 요건을 대체하는 것이란 게 대체적인 판례다.
■ 변형적 이용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저 판결문을 근거로 할 경우 구글이 단순히 ‘홍보 효과’만 노렸을 경우엔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홍보 효과 대신 기존 저작물을 대체하는 효과를 노렸을 경우엔 ‘공정 이용’ 주장을 하기 힘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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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페이턴츠는 “안드로이드는 시장에서 자바를 완전히 대체했기 때문에 공정 이용 주장이 성립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자바를 무단 도용한 안드로이드가 역시 자바를 라이선스한 블랙베리 같은 제품을 시장에서 밀어냈기 때문이다.
포스페이턴츠는 이런 맥락에서 구글의 자바 활용은 변형적 이용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