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있는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구글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또 다시 승리했다. 법원이 구글 북스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제2 순회항소법원은 16일(현지 시각) 구글이 책 수 백 만권을 스캔한 것은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항소법원은 이날 “독자들이 텍스트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구글 북스가 기존 시장을 대체할 정도로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구글이 비록 상업적 목적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공정 이용을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구글이 책을 제공한 도서관들에게 디지털 복제본을 제공한 것 역시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3년엔 1심 법원도 수 백 만권의 책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목록 작업을 해 놓을 경우 공공의 이익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구글 북스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항소법원 판결은 사실상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 2002년 구글 프린트로 시작…작가조합, 2005년 소송
이번 소송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구글은 ‘구글 프린트’란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일부 직원들이 책을 스캔해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2년 뒤인 2004년말 좀 더 확대된다. 구글이 12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본격 출범한 것이다.
한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던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는 2005년 중대한 암초를 만나게 된다. 작가조합이 구글을 저작권 침해 혐의로 제소한 것. 저작권 있는 작품을 무단 복제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때부터 구글과 작가조합은 지난 10년 동안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특히 양측은 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종이책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이 저작권법 상의 ‘공정 이용’인지 여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양측의 '공정 이용' 공방에선 ▲이용 목적 ▲원작의 성격 ▲이용 분량 ▲시장 피해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소송 과정에서 작가조합은 중간복제(intermediate)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작품을 복제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원작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저작권법은 중간복제 행위를 막고 있다.
반면 구글은 자신들의 작업이 이용자들의 편의를 향상시킨다고 맞섰다.
■ 1심이어 항소심에서도 '공정이용'에 무게
2013년 열린 1심과 이번에 계속된 항소심 재판부는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 북스는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고 판단한 것. 특히 구글 북스가 목록을 통해 책을 찾기 쉽게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원 작품에 부가적인 정보를 덧붙여준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다.
공정 이용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 인용 범위다. 학술 논문일지라도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인용하게 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 구글 프로젝트를 둘러싼 이번 재판에서도 이용 범위가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항소법원은 “구글이 책 페이지를 작은 조각으로 나눈 것은 연구자들이 해당 책이 관심 영역에 있는 지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충분한 맥락을 제공해준 것이다”면서 “따라서 조각으로 보도록 한 것은 연구자들의 변형적 이용에 가치를 더해준다”고 판단했다.
미국법원은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 개념을 공정 이용 판단에서 중요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변형적 이용은 ‘상업적 이용’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서 흔히 목적의 비상업성 요건을 대체하는 것이란 게 대체적인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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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조합이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활용했던 시장 피해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주장에 대해선 이미 2013년 1심 법원이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는 오히려 책 판매를 촉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글에서 책 목록과 일부 내용을 접한 독자들이 흥미를 느껴서 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책 목록 옆에 구매 버튼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