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사장 "불량제품 화형식이 '갤럭시 신화' 원동력"

플레이 더 챌린지 대구편서 “1천개 中企에 혁신 전파" 목표 밝혀

홈&모바일입력 :2015/11/12 18:00    수정: 2015/11/12 18:47

정현정 기자

"20년 전 제조부장 시절, 품질 불량에 대한 경각심을 깊이 새기고자 구미공장 전 직원들과 함께 무선전화기 15만대를 불태웠습니다. 이러한 혁신 의지는 베트남 제2공장 설립까지 이어졌고 오늘날 삼성전자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주자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김종호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장 겸 창조경제지원센터장 사장은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삼성 ‘플레이 더 챌린지’ 토크콘서트 대구 편에서 삼성전자의 제조혁신 과정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말단 사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부품·소재 분야 최첨단 제조공법 대표 전문가로 현재 삼성이 베트남에 구축 중인 '삼성전자 호치민 가전 복합단지(SEHC)'를 비롯한 전 세계 30여개 공장의 혁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도전의 의미를 소개하며 삼성 신경영 철학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불량제품 화형식'을 언급했다. 1995년 삼성전자는 제조한 무선전화기에서 품질 불량을 발견하고 고객에게 판매된 제품까지 모두 회수 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제조부장이었던 김종호 사장은 구미공장 전 직원들과 함께 150억원에 달하는 수거 제품 더미에 직접 불을 붙여 전량을 소각했다.

김 사장은 "내 자식과도 같은 제품들을 태우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도 "당시의 뼈저린 아픔은 나와 직원들에게 품질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준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김종호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장 겸 창조경제지원센터장 사장 (사진=삼성)

이 같은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삼성은 지난해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베트남 제2공장 본격 가동과 함께 휴대폰 소재를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바꾸는 혁신을 단행한 것.

김 사장은 "당시 메탈 소재 제품의 생산 기반이 전혀 없었다"며 "신제품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의 경영 리스크를 생각하니 책임자로서 극심한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갤럭시S6를 적기에 생산해냈다. 베트남에 축구장 수십 개 규모에 달하는 생산공장을 짓는 동시에 건물이 부분 완공된 공간에 매일 수백 대의 새로운 가공설비를 설치한 끝에 단 6개월 만에 생산공장 건설과 설비 설치, 양산까지 개시할 수 있었다.

이날 강연에서 김종호 사장은 삼성전자 창조경제지원센터장으로서의 새로운 도전 목표를 공개했다. 삼성의 우수한 자동화기술, 정밀가공기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현장관리시스템 등 앞선 제조기술 노하우를 1천개 중소·중견 기업에 전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현장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동안의 현장 경험이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30여개의 국내외 전 생산공장을 일일이 방문하고 있다. 연중 120일 이상을 할애해야 하는 강행군이지만 전 세계의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가 창조경제 기여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금껏 나를 지탱해준 힘은 '전 임직원 모두가 함께하는 도전'이라는 명분이었다"강조했다. 또 '도전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리더는 입으로 하는 지시가 아니라 가슴으로 호소하는 진정성을 가지고 조직원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또 다른 강연자로 한국경제 정규재 주필이 무대에 올랐으며,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은 퍼포먼스와 자신의 도전 스토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강연을 선보였다. 강연 후에는 가수 틴탑과 AOA가 공연을 선보였다.

삼성 플레이 더 챌린지는 우리 사회에 도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즐거운 도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다. 차기 행사는 오는 19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올해의 마지막 토크콘서트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