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EQ900, 럭셔리 세단의 새 기준"

"국내 도로환경에서 우수한 승차감 제공할 것"

(경기 화성=정기수기자)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야심작인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모델이자 기함(旗艦)인 'EQ900(해외명 G90)'가 베일을 벗었다.

EQ900은 앞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명차들과 자웅을 겨루게 될 전망이다. EQ900은 앞서 지난 4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중 브랜드를 뛰어넘어 세계 고급차시장의 높은 벽을 깨야 한다는 사명감의 결과"라고 강조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데뷔작이자 최상위 모델이다.

EQ900이 받아들 성적표에 따라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를 기반으로 현대차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기린아로 명성을 얻을 지, 3세 경영인의 한계를 새삼 실감하게 될 지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EQ900 전측면 렌더링 이미지(사진=현대차)

현대차는 10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다음달 출시 예정인 EQ900의 사전 미디어 설명회를 개최했다. EQ900는 4년간 1천200여명의 전담 연구진이 투입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플래그십 후륜구동 세단으로 개발됐다.

특히 자율주행차 전초 단계인 '고속도로 주행지원(HDA)' 시스템이 국내 양산차 최초로 적용됐다. 고속도로에서는 핸들과 페달의 조작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다. 기존 후측방 경보 시스템 성능을 향상시킨 후측방 추돌회피 지원 시스템도 국산차 최초로 적용하는 등 첨단기술로 중무장했다.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 남양연구소 개발 담당 임원들은 디자인, 성능, 신기술 등 EQ900에 적용된 주요 특징을 설명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주요 경쟁차종들과의 비교 자체를 거부하면서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해 이목을 끌었다.

황정렬 현대차 중대형 PM센터장(전무)은 "사실 직접적으로 다른 수입브래드와는 비교하지 않았다"면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LS 460) 등이 기본적인 비교 대상이겠지만 독자적인 프레임의 구현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굉장히 까다로운 국내 고객의 요구 및 지적 사항을 반영해 개발한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사용하기 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운전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플래그십 세단이 핵심 개발 방향이다. 럭셔리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전무는 차량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일일히 사용 편의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한국처럼 다양한 도로조건을 갖춘 나라는 없다"며 "EQ900는 국내 도로조건에서 최고의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EQ900를 무엇보다 국내 주행환경에 최적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다. 적어도 국내 도로환경에서의 승차감은 동급 경쟁차종들을 능가한다는 얘기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 역시 이날 행사에서 "한국에 온 지 8개월 됐는데 다양하고 많은 과속방지턱을 경험하며 테스트를 했다"면서 "EQ900는 국내 도로상황에서 경쟁모델과 비교해 우수한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Q900 측면 렌더링 이미지(사진=현대차)

EQ900는 ▲람다 3.8 V6 엔진 ▲람다 3.3 V6 터보 엔진 ▲타우 5.0 V8 엔진 등 세 가지 파워트레인 라인업으로 선보인다. 새로 추가된 람다 V6 3.3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를 발휘한다.

황 전무는 "3.3 터보, 3.8리터와 5.0리터 타우 엔진 등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라인업을 준비했다"며 "특히 글로벌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추가한 3.3 터보 모델은 쇼퍼드리븐 카(전담 기사가 주로 운전하는 차)로만 각광받았던 기존 초대형 럭셔리 세단의 단점을 보완하고 운전자가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날 EQ900의 런칭을 계기로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구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병섭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전무)은 "EQ900는 2009년 출시한 2세대 에쿠스를 계승하는 동시에 2013년 선보인 2세대 제네시스(G80)의 장점을 모두 더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EQ900의 출시를 계기로 제네시스 브랜드 차별화에 속도를 내겠다"며 "내년 상반기께 제네시스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수립, 2017년 중형 세단 G70 모델에 일부를 반영하고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제네시스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EQ900는 일반 강판보다 10% 이상 가볍고 강도가 2배 이상 높은 초고장력 강판을 기존 에쿠스의 16.3%보다 3.2배 향상된 51.7%까지 적용해 차체 강성도 강화했다. 구조용 접착제는 기존 모델 대비 2.3배 늘어난 200m를 적용했고, 레이저 용접으로 강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차체 비틀림과 굽힘 강성이 기존 에쿠스 대비 181% 이상 강화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김헌수 바디기술센터장(전무)은 "EQ900은 경쟁사 차종보다 차체에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율이 높아 강성 면에서 뛰어나다"며 "비틀림 강성은 벤츠 신형 S클래스와 비교하면 약 6%가량 앞선다는 자체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어와 후드 부분 등에 알루미늄을 채택했지만 차체 강성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며 "초장력강판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가 플래그십 세단에 알루미늄이나 카본 파이버 등 고강도·경량화 소재들을 사용하는데 반해 현대차는 초고장력강판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