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웨어도 미중IT 협력 대열에 조용히 합류

서버업체 수곤과 손잡고 11조원 투입, 합작사 설립

컴퓨팅입력 :2015/11/06 14:19    수정: 2015/11/06 16:00

미국과 중국 IT기업간 협력과 투자협력 또는 기술개발 파트너십 체결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IBM, HP, EMC,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VM웨어가 최신 사례로 소개됐다.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보기관의 글로벌 기술 첩보와 인터넷 감청 활동을 폭로한 이래, 미국 IT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려워진 중국 시장을 확보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영국 더레지스터는 지난달말 현지 언론을 인용해 VM웨어가 중국에서 수곤(Sugon, 中科曙光)이라 불리는 서버 업체 '도닝인포메이션인더스트리(Dawning Information Industry Co.)'와 조인트벤처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VM웨어가 수곤과의 계약에 따라 향후 5년간 중국에서 1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현지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며 6개월 뒤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는 내용도 포함했다. 더레지스터는 수곤과의 협력이 2가지 면에서 VM웨어에게 희소식이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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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진입이 한층 어려워진 중국 시장에 발디딜 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수곤은 작년말 기업공개(IPO)를 하기 전, 관용 슈퍼컴퓨터를 납품해 온 중국과학원 산하 국영 기술회사였다. 물론 이런 해석은 수곤과 중국 정부가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다른 하나는 VM웨어가 가상화소프트웨어 'v스피어' 기반의 하이브리드클라우드 확산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VM웨어는 자사 기술로 클라우드를 제공할 수곤의 사업 덕분에, 현지에서 가상화 기술을 도입한 회사들에게 더 다양한 클라우드 사용 시나리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VM웨어 로고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부터 찾아볼 수 있다. 작년 5월 HP가 폭스콘과 손잡고 서버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를 겨냥한 서버 제품군을 만들기 위해, HP의 기술력과 폭스콘의 대

규모 제조 및 설계 역량을 결합한다는 구상이었다. 해당 모델은 이미 생산돼 시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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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사례는 그해 8월 IBM이 만들었다. 현지서 '랑차오(浪潮)'라 불리는 서버업체 인스퍼(inspur)가 IBM과 하드웨어, SW 사업에 협력키로 했다. IBM은 인스퍼 서버용 DB와 WAS를 제공하고, 자사 '파워8' 칩 활용을 위한 기술지원도 한다. 인스퍼는 오픈파워 재단에 합류해 차세대 고성능 서버를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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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만에 또 인스퍼와 손잡은 미국 IT업체가 나타났다. 시스코였다. 양사는 지난 9월 상호 제품 개발에 협력하며, 합작법인을 세워 시스코 제품을 현지에 공급하기로 했다. 시스코는 합작법인에 1억달러를 쓰고 49% 지분을 갖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 6월 100억달러 규모로 예고한 대중국 투자의 시작이었다.

[☞관련기사: 시스코, 中 서버 업체 인스퍼와 기술 제휴]

지난 9월 거의 같은 시기에 MS도 중국전자과학기술그룹(CETC, 中??子科技集?公司)과 체결한 파트너십을 소개했다. CETC 자회사가 MS 파트너 자격을 갖춰 중국 정부기관이나 주요 국유기업의 특수 영역내 사용자들에게 맞춤 윈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참조링크: Microsoft and CETC announce partnership to serve Chinese users in specialized fields]

VM웨어 지분 83%를 갖고 있는 EMC도 이전부터 레노버, 폭스콘, 콴타 등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스토리지 제품 사업 중심인 EMC가 서버, 네트워크 장치를 엮은 통합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만 EMC가 다른 제품군을 갖춘 델에 인수돼, 저들과의 지속 협력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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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VM웨어가 수곤과의 협력과 투자합작 계약에 대해 전혀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사나 중국지사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고, 현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공식 계정에서도 언급이 없다. 여타 업체들과 달리 대규모 중국 투자를 전혀 홍보하지 않는 점은 꽤 이례적이다.

홍보해야 할 것 같은 소식을 홍보하지 않는 VM웨어의 이례적 행동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한가지 가설이 있다. 주식투자정보를 다루는 시킹알파에서도 중국 기업 분석 블로거인 더그 영이 VM웨어와 수곤의 투자합작사 설립 소식을 전했다. 그는 다른 VM웨어 이전에 다른 미국 IT업체도 비슷한 사례를 만들어냈지만, VM웨어의 경우 그들보다 더 긴밀한 결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영은 앞서 영미권 언론 보도에서 VM웨어와 수곤의 조인트벤처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계획이 발표되는 자리에 외국 언론들이 초청받지 못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렇다면 VM웨어의 핵심 의도는 현지의 주목을 받는 일이고, 오히려 서구권에선 보도를 최소화하려 했으리란 분석이다.

영은 "다른 미국 기업과 중국 파트너의 연계 사례처럼 현지 회사 수곤이 VM웨어와 함께 세우는 투자합작사의 지배권을 갖게 된다"며 "이런 틀은 서구권의 IT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며 안보 우려를 갖는 중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조링크: VMware Joins China High-Tech Train With New JV]

미중 기업간 투자합작사를 중국 현지 파트너가 실질 지배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다만 VM웨어는 여타 기업과 달리 관련 소식을 영어권에 적극 알리지 않고 있어, 여러 상상을 낳는다. 이를테면 이들의 협력에는 중국 시장에선 반기겠지만 미국 안보 당국에선 원치 않을만한 내용도 포함됐을 수 있다.

예를 들어 VM웨어가 지난달 중순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보도된 IBM의 행보와 비슷한 태도로 중국에 접근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당시 WSJ는 IBM이 미국 주요 IT업체 중 처음으로 정부에서 보안상 이유로 요구하는 제품 소스코드 리뷰를 허용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 당국이 싫어할만한 일이다.

중국 정부는 올초 은행권 전산장비 납품업체에 외국IT업체의 소스코드 제출을 포함한 보안검증 방침을 세우고 연말에 공식 제도화를 예고했다. 공공조달사업에도 비슷한 규제 운영이 계획돼 파문을 낳았다. 당시 미국 IT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조치에 반발했지만, 최근 IBM같은 사례는 더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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