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영업익 애플 독식 구조 심화됐다

애플 영업이익률 28.3% 삼성은 9% LG는 적자

홈&모바일입력 :2015/10/30 18:01    수정: 2015/10/30 18:07

정현정 기자

지난 3분기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적표가 공개된 가운데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 속에서도 애플은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나홀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판매량이 늘어도 수익은 오히려 줄면서 본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 29일 발표된 삼성전자 3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 부문은 지난 분기 매출 26조6천100억원에 영업이익 2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 감소한 수치다. 하반기 전략 모델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를 한 달 앞서 조기출시하는 초강수를 두고도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LG전자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같은날 발표된 LG전자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지난 분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77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3조3천7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전분기 대비로는 7% 각각 감소했다.

판매 지표를 살펴보면 의구심이 더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분기동안 1억500만대 휴대폰을 판매했다. 전분기 보다 1천만대 이상 많은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8천380만대로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최대치다.

LG전자 역시 지난 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1천490만대로 전분기 보다 6% 상승했다. 전체 휴대폰 판매량도 1천720만대로 전분기 보다 20만대 늘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전분기 대비 13% 늘어난 6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폰을 많이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모습이다. 두 회사 실적을 하루 앞서 나온 애플과 비교하면 더 초라해진다. 지난 분기 애플의 매출은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인 515억달러(약 58조원)으로 순이익만 111억달러(약 12조5천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순이익은 무려 31.5%가 증가했다. 지난 분기 아이폰 판매량도 4천804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6% 늘었다. 지난달 말 출시된 신제품 아이폰6S 효과가 본격화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거둔 호실적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왼쪽)와 애플 '아이폰6S 플러스'

■높은 원가, 낮은 판가

1년에 플래그십 스마트폰 2종의 라인업만을 운영하는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이익률은 무려 3배에 달한다. 세 회사를 둘러싼 각종 상황을 뜯어보면 이같은 아이러니의 의문이 풀린다. 지난 분기 애플의 아이폰 평균판매단가(ASP)는 670달러다. 보급형 모델 없이 프리미엄 라인업만을 운영하기 때문이 가능한 일이다. 미국 시장에서 아이폰6S 플러스 판매가격(64GB) 기준은 2년 약정 기준 399달러, 무약정 가격은 849달러다.

반면 삼성전자의 지난 분기 휴대폰 평균판매단가(피쳐폰 포함)은 180달러였다. 기존에도 휴대폰 ASP는 220달러로 애플의 3분의 1 수준이었지만 그마저 지난 분기 보급형 스마트폰 비중 증가와 갤럭시S6 시리즈 가격 인하 여파로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8%p가 떨어졌다. 휴대폰 한 대를 팔 때 애플은 우리돈 76만원을 번다면, 삼성전자는 2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여기에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상황은 더 힘들어진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아이폰6S 플러스의 제조원가는 236달러(약 28만원)로 추정된다.

반면 갤럭시S6 엣지의 제조원가는 290달러(약 33만원)으로 더 높다. IT 기기 분해 및 부품원가 분석으로 유명한 테어다운닷컴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6S 부품 원가는 245달러, 갤럭시노트5는 298달러로 각각 분석됐다. 한 마디로 애플은 싸게 만들어 비싸게 팔고, 삼성전자는 비싸게 만들어 싸게 판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황금알을 낳는 中 시장 놓쳐

이와 함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기를 놓친 것도 벌어지는 수익률 격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분기에도 애플의 호실적을 이끈 주역은 중국이었다. 지난 분기 애플의 중국 시장 매출은 지난해 보다 약 2배 성장한 125억달러로 애플 전체 매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반면 홍콩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한때 중국시장 1위를 고수하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달 4%대까지 떨어졌다. LG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프리미엄 시장을 애플이 장악하고 있다면 보급형 시장에서는 토종 스마트폰 제조사 3인방인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는 물량 공세가 대단하다. 화웨이는 지난 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대비 63% 증가한 2천 740만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 초 목표로 밝힌 스마트폰 1억대 판매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특히 화웨이는 중고가 스마트폰 비중이 지난 분기 대비 7% 증가하면서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33%를 차지했다고 밝히면서 보급형 시장을 넘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늘려가고 있는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달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5.2%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를 찾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씨넷

■높은 운영 비용, 낮은 충성도

애플은 1년의 한 두 종류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수십 가지의 라인업을 운영하는 다른 제조사들 대비 운영 비용이 적을 수밖에 없다. 또 애플은 디자인과 개발을 본사에서 맡고 생산은 철저히 외주 위탁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독자 운영체제인 iOS로 애플만의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이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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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독자적인 사용자경험(UX)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달 말부터 미국 시장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향후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적용해 사용자 저변을 늘릴 계획이다. 별도의 수수료를 떼지 않는 삼성페이 서비스가 당장의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겠지만 사용자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보급형 스마트폰 비중을 대폭 늘리고 판매 가격을 대대적으로 인하했음에도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부분”이라면서도 “한국과 미국에서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페이는 사용자 락인(lock-in) 효과와 평균판매단가 방어를 위한 핵심 서비스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