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한국전자전, 삼성-LG 신기술 경쟁

나흘간 대장정…22개 대학 미공개 원천기술 선봬

홈&모바일입력 :2015/10/14 17:56    수정: 2015/10/15 08:20

정현정 기자

“LG만이 생산할 수 있는 WRGB 기술을 적용한 패널이 훨씬 선명하지 않나요?”

“잘 모르겠는데….”

국내 최대 전자·정보통신(IT) 전문전시회 한국전자산업대전 개막날 VIP 부스투어에 나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부스를 방문해 WRGB 기술을 소개받은 후 도우미의 돌발 질문에 한 대답이다. 농담 섞인 질문과 대답이었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 IT 시장에서 라이벌로 맞붙는 삼성과 LG의 혁신기술에 대한 자존심이 걸린 뼈있는 한마디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 올레드(O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암실(暗室)을 마련하고 울트라 올레드 TV 20대를 배치해 리얼 블랙을 강조했다. 또 두께가 5.97mm에 불과한 페이퍼 슬림 디자인과 플로팅 메탈 스탠드 올레드TV 등 신제품도 총출동했다.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TV에 최초로 적용한 적녹청(RGB) 화소에 화이트(W) 화소를 더한 WRGB 방식은 기존 RGB 방식 대비 생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RGB 방식을 고수해왔던 삼성전자는 현재 올레드TV 양산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권오현 부회장 입장에서는 WRGB 방식을 적용한 OLED 패널이 RGB 방식 보다 선명하지 않냐는 물음에 빈말이라도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어려웠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 올해 초 출시한 나노크리스털 기술 기반의 SUHD TV를 주력 제품으로 전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가 주최하고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2015 한국전자산업대전’은 14일 개막해 나흘 간 열린다. 1969년 첫 개최 이후 2012년부터 ‘한국전자전’과 ‘국제반도체대전’,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 등 3개 IT 전시회가 통합 개최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IT 전시회가 됐다. 올해는 23개국 760여개 업체가 참가해 다양한 제품과 신기술을 뽐낸다.

이날 열린 개막식에는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중심으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으며,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도 자리를 빛냈다. 다만 예년에 비해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참여는 부진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등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개막식에 불참했다. LG전자에서는 사업부 대표가 아닌 이충학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이 참여했다.

(오른쪽부터)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20여명의 VIP들은 약 한 시간 동안 22개사의 전시부스를 둘러봤다. VIP 부스 투어 일정은 올해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혁신기술과 신제품으로 이번 전자산업대전의 이른바 엑기스라고 할 만하다.

VIP들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LG이노텍과 삼성전기 부스로 LG이노텍은 자동초점 기능을 갖춘 2100만화소 카메라모듈과 자동차 내·외부 램프에 적용되는 발광다이오드(LED) 모듈을, 삼성전기는 초소형, 초고용량 MLCC와 MLCC 소자를 내장한 임베디드 기판을 내세웠다.

이밖에 삼성과 LG 주요 전자계열사들은 대규모 부스를 마련해 최신 제들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78인치와 88인치 SUHD TV 외에도 로터리 휠을 적용한 원형 스마트워치 ‘기어S2’와 애드윈도우를 통해 세탁물 추가가 가능하도록 만든 ‘애드워시’ 세탁기, 프리미엄 냉장고 ‘셰프컬렉션’, 세계 최초 버츄얼 플레임 기술이 적용되 셰프 버츄얼 플레임 인덕션, 일반 로봇청소기 대비 약 140배, 기존 모델 대비 약 2.3배 강력한 모터가 적용된 로봇청소기 ‘파워봇’ 등 신제품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14일 개막한 한국전자산업대전에서 SUHD TV 등 프리미엄 신제품을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또 별도로 마련된 삼성전자 반도체 부스에서는 3차원 V낸드 기술을 적용한 48단 적층 초대용량 256Gb 낸드플래시,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AP 엑시노스7 옥타를 비롯한 D램과 낸드플래시, 시스템LSI 제품군을 전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독자적인 VA(Vertical Alignment) 기술로 LCD에서 최고 곡률 3000R을 구현한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45%의 투과율을 갖춘 55인치 투명 OLED 4대를 이용해 실제 거실 창문을 디스플레이로 대체하기도 했다.

LG전자는 900제곱미터(m²)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고 세계 최초로 세컨드 스크린과 듀얼 전면 카메라를 적용한 스마트폰 신제품 ‘LG V10’, LTE 통신 기능을 지원하는 첫 안드로이드웨어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워치 ‘어베인 2nd 에디션’, 위에는 트롬, 아래는 통돌이 동시세탁과 분리세탁이 가능한 트롬 트윈워시, 58:9 화면비율의 울트라스트레치사이니지, 세계 최초 4단 분할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 ‘롤리키보드’ 등을 선보였다.

LG전자 모델들이 14일 개막한 한국전자산업대전에서 올레드 갤러리의 LG 올레드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77인치, 65인치, 55인치 곡면 올레드 TV를 중심으로 1.3인치 원형 플라스틱 올레드부터 5.5인치 스마트폰용 플라스틱 올레드와 12.3인치 자동차용 플라스틱 올레드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 부스에서는 메모리 신제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서버용 메모리 제품들을 돌아본 박성욱 사장과 권오현 부회장이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중견기업 중에서는 위닉스가 눈에 띈다. 위닉스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못한 ‘뽀송 3D’ 제습기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이날 윤희종 위닉스 대표는 전자·IT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들 외에 중소기업들의 톡톡 튀는 기술과 연구소 및 대학의 기반 기술 연구 결과도 부스 투어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초고속 저전력 차세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기반으로 10cm 이내에서 기가급 대용량 미디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초고속 근접통신 기술을 시연했다.

세계 최초로 레이더를 장착한 스마트폰 무인경비 시스템을 선보인 디안스와 국내 최초로 와이파이를 통한 색상 제어가 가능한 다색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개발한 소노넷, 넥밴드 타입의 스테레오 블루투스 헤드셋을 출품한 부전전자 등이 눈에 띄었다.

국내 최초로 3D 가상 피팅솔루션을 선보인 클로버추얼패션(CLO) 부스에서는 권오현 부회장이 이를 직접 시연해보기도 했다. 광운대학교는 LG전자와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한 테이블탑(table-top) 슬림형 플로팅 3D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전시했다.

국내 최초로 3D 가상 피팅솔루션을 선보인 클로버추얼패션(CLO) 부스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최근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드론 관련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멀콥은 드론에 360도 VR을 접목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 기기로 촬영한 영상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로 감상이 가능하다.

세계 최대 모바일 반도체 업체인 퀄컴은 드론용으로 개발한 ‘스냅드래곤 플라이트’와 로보틱스 기술인 ‘스냅드래곤 마이크로 로버’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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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무선충전 국제표준 Oi 인증 무선충전기와 관련 액세서리를 전시한 코마테크 부스에서는 권 부회장이 직접 자신의 갤럭시노트5를 꺼내 무선충전을 시연해보기도 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한국전자산업대전은 전자와 IT 분야 22개 대학의 미공개 원천기술이 공개돼 산·학·연의 창조협력의 장이 될 것"이라면서 "전자 신산업 상생협력을 촉진할 창조적인 융합제품들이 대거 공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