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사기관의 감청(통신제한조치) 요구에 불응을 약속했던 카카오가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검찰의 감청 요구에 응하되, 단체대화방(이하 단톡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을 익명화한 뒤 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것. 뒤집혀진 입장에 카톡 이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카카오와 통신제한조치 재개 방식에 대해 실무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카카오는 공식 보도문을 내고 “신중한 검토 끝에 카카오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다만 카카오는 지난 방식과 달리 단톡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처리해서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익명화 처리된 사람들 중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나올 경우에 한해, 대상자를 특정해서 추가로 전화번호를 요청하게 된다. 이 때도 관할 수사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공문으로만 요청하도록 엄격히 절차를 규정했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다. 비밀방 내용은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는다.
카카오는 “지난 해 10월 감청 협조 중단 이후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면서 “카톡 메시지의 서버 저장기간 단축, 비밀채팅 모드 도입, 투명성보고서 발간, 프라이버시정책자문위원회 구성 등 다양한 기술적, 정책적 조치를 통해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디지털시대 정보인권 침해의 핵심은 하나의 영장으로 수십, 수백 명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며 “카카오는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마침내 단톡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그대로 수사기관에 노출됐던 문제를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지난 1년 간 ‘사용자들의 사생활 보호’와, ‘국가안보 및 사회 안녕’이란 두 가지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에 자료 제공 방식을 일부 수정하고 수사기관의 감청 요구에 협조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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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강력한 사생활 보호를 요구하는 이용자와 국가 안보 및 사회 안녕을 명분으로 정보 제공을 요구한 수사기관 사이에서 적잖은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처벌 받더라도 수사기관의 감청 요구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한 카카오의 입장이 1년 만에 완벽히 뒤집혔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 당시 ‘디지털 이민’으로 불리며 외산 메신저로 이동했던 것과 같은 후폭풍도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