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서비스 한 우물만 파던 리디북스가 전용 단말기 ‘리디북스 페이퍼’ 출시로 사업 및 서비스 영역을 넓힌다.
규모가 작은 국내 전자책 시장에 리디북스의 도전이 무모해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자책 시장을 키우는데 리디북스가 한 몫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업계에서 들려온다.
리디북스 페이퍼의 강점은 예스24가 출시한 ‘크레마 카르타’와 마찬가지로 종이책과 같은 높은 수준의 화질이다. 300PPI급 고해상도 페이퍼 디스플레이 덕에 보다 선명한 화면으로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
■꿀릴 것 없는 전자책 최고 사양 '리디북스 페이퍼'
잠시 리디북스 페이퍼 사양을 소개하면 6인치 화면크기에 e잉크 카르타 패널이 사용됐다. 정전식 터치스크린에 프론트 라이트를 지원해 밤에도 화면을 볼 수 있다. 메모리는 512MB, 저장공간은 8GB로 마이크로SD메모리는 최대 32GB까지 추가 가능하다. 무게는 190g, 크기는 118x159x8mm, 배터리 용량은 2800mAh다. OS는 안드로이드 4.2.2가 사용됐으며 가격은 14만9천원이다.
리디북스 페이퍼는 크레마 카르타와 비교했을 때 사양에서 큰 차이가 없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완전히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 프론트 라이트를 켰을 때 리디북스 페이퍼는 다소 푸르스름한 느낌이, 크레마 카르타는 약간 누르스름한 느낌이 든다. 구형 전자책 단말기에서 나타나는 화면 잔상과 같은 문제점은 e잉크 패널의 잔상 제거 기술인 ‘리갈 웨이브폼’으로 대부분 해소됐다.
리디북스 페이퍼는 전원 버튼, 충전 및 마이크로SD메모리 단자가 모두 기기 위쪽에 위치한다. 이는 크레마 카르타와 정반대다. 본체 후면은 미끄러지지 않는 무광 재질이다. 본체는 크레마 카르타 보다 가로가 넓은 대신 세로가 작다. 잡는 방식에 따라 손이 작은 여성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리디북스 페이퍼 장단점은?
리디북스 페이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양쪽으로 달린 물리 버튼이다. 책장을 넘길 때 화면을 터치 하지 않고 버튼을 가볍게 눌러 넘겨도 된다. 이는 종이책을 넘기는 손맛을 조금이라도 살리고자 한 목적이다. 있으나 마나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 편리하다.
리디북스 페이퍼 내에는 서점이 없다. 따라서 도서 구매 시 웹이나 앱으로 먼저 전자책을 구매한 뒤, 기기에서 구매한 콘텐츠를 불러와 다운로드 해야 한다. 콘텐츠를 다른 곳에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결제가 필요하다 보니 웹이나 앱으로 하는 게 더 손쉬워 보인다.
리디북스 페이퍼의 강점은 사실 리디북스 자체에 있다. 리디북스 웹이나 앱 화면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 취향을 잘 고려한 듯 보기 좋게 잘 차려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 나왔던 그책’, ‘별이 다섯 개’, ‘독서광의 선택’ 등 각 주제에 맞는 도서들을 적절히 잘 묶어 놨다. 구매할 책이 뚜렷이 정해져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무슨 책을 볼까?”하는 독자들에게 리디북스는 친절한 도우미 역할을 한다. 이 부분은 경쟁사의 약점이기도 하다.
리디북스 페이퍼는 기존 리디북스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요청 속에 탄생했다고 한다. 리디북스 회원만을 위한 전용 단말기인 셈이다. 때문에 경쟁 기기인 크레마 카르타처럼 다른 전자책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회사는 리디북스 이용자들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준다는 전략으로 안정성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지에 차 있다.
■전자책 꼭 필요할까? 산다면 리디북스 페이퍼가 좋을까?
리디북스 페이퍼가 예스24의 크레마 카르타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면서 전자책 구매를 고려한 독자들은 두 기기를 비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두 기기를 놓고 비교해 보면 어느 한 쪽으로 판단이 기울어지지 않는다. 사양이 거의 같은 뿐만 아니라, 기능들도 저마다 장단이 있어서다. 그나마 리디북스 페이퍼가 1만원 더 저렴하다는 게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반대로 단점을 찾아본다면 애프터서비스가 걱정 아닌 걱정이다. 리디북스가 직접, 또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고 회사 규모도 작은 편이라 고객 입장에서 볼 때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기기의 비교를 다 떠나 “나는 왜 전자책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혹은 “사용은 해보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된다”는 독자들을 위해 리디북스는 212PPI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도 함께 출시한다. 가격은 거의 절반인 8만9천원이다. 두 제품은 화질 차이만 빼면 완전히 똑같다.
화질 차이에 무딘 독자라면 사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제 막 전자책에 입문한다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리디북스 페이퍼를 며칠간 사용해본 결과 맛에 비유하자면 ‘담백하다’는 느낌이 든다. 불필요한 조미료 없이 필요한 재료만 딱 사용해 만든 음식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첫 번째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전자책을 산다면 리디북스 페이퍼가 최고의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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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래도 확실히 드는 생각은 전자책과 종이책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겠다는 점이다. 서로의 매력이 너무나 다르고 뚜렷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격이 좀 부담일 순 있겠으나 종이책 애호가도 충분히 전자책의 매력을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디북스 페이퍼가 전자책에 있어 최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어도 현 시점에서 최적의 선택 정도는 되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