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日就月將), 상전벽해(桑田碧海), 괄목상대(刮目相對)라 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신제품 ‘기어S2’를 본 첫 느낌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의 경우 “나는 스마트워치다”라는 것을 온 몸으로 말하고 있었던 지난해 출시된 전작 ‘기어S’의 투박함이 거의 사라졌다. 손목에 차도 큰 이질감이 없을 만큼 가볍고, 작고, 얇고, 예뻐졌다.
여기에 디자인은 사용자들의 개인 선호가 많이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현대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의 '기어S2'와 전통적인 시계 디자인에 가까운 '기어S2 클래식' 두 종류의 선택지가 있다. 색상과 베젤 디자일, 스트랩을 끼우는 방식 등에서 차이가 난다. 개인적으로는 기어S2의 깔끔한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었다.
스트랩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기어S2는 전용 스트랩을 사용하는데 버튼을 통해서 쉽게 교체가 가능했다. 출시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액세서리 인증 프로그램인 스맵(SAMPP) 업체들도 기어S2와 호환되는 시계줄을 내놓는다고 하니 선택권이 보다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어S2 클래식의 경우 20mm 표준 스트랩이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시계줄과 호환이 가능하다.
원형 디자인의 스마트워치는 기어S2가 처음이 아니다. LG전자와 모토로라 등이 이미 시장에 내놓은 적이 있다. 이들 제품과 기어S2가 차별화되는 가장 큰 부분은 원형 UX와 돌아가는 원형 베젤이다. 실제 사용해보니 베젤을 돌리는 느낌이 색다르면서도 즐거웠다. 특히 약간 무게감 있게 돌아가는 손맛이 일품이었다. 지금까지 전자기기에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UX라는 점에서 많은 흥미를 끈다.
이 원형 베젤을 왼쪽으로 돌리면 스마트폰으로 오는 알림을 최대 받아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미리 설정해둔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접근할 수 있다. 측면에는 두 개의 물리버튼도 있다. 위쪽 버튼은 취소 버튼으로 메뉴에서 전단계로 이동할 수 있고, 아래쪽에 있는 버튼은 홈 버튼으로 어느 메뉴에 진입해 있든 이 버튼을 누르면 무조건 홈화면으로 이동한다.
삼성전자는 기어S2의 UX 역시 원형 디스플레이 맞춰 새롭게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애플리케이션 배치는 원형 화면을 따라 동그랗게 이뤄져 있고, 문자메시지에 이모티콘을 넣고 싶을 때도 동그랗게 배치된 이모티콘 중에서 베젤을 돌려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 써드파티 개발사들이 원형 UX와 돌아가는 원형 베젤에 최적화된 획기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된다.
기자가 사용 중인 애플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38mm와도 비교해봤다. 일단 사각형 화면과 원형 디스플레이가 확연하게 대비된다. 애플워치는 주로 용두와 터치를 통해 작동한다.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디자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재질의 느낌이나 손목에 감기는 느낌 등에서는 차이가 났다. 크기는 여자 손목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두께는 두 제품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기어S2의 경우 강화유리와 디스플레이 사이에 갭이 다소 크게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스마트워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배터리 문제는 개선이 있었다. 실제 사용을 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는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한 번 충전으로 2~3일 가량 사용이 가능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루 정도 스마트워치를 충전하는 것을 까먹더라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또 기어S2에는 기어 시리즈 중 최초로 무선충전 기능도 적용됐다. 무선충전 도크 주면에 기어S2를 가볍게 두자 자석이 부착돼 있어 스스로 무선충전 패드에 달라붙는다.
시계의 첫 화면, 워치페이스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폭이 다양해졌다. 제품에 선탑재되는 시계 페이스는 총 26종류인데 바늘이나 세부 항목 등을 고르면 약 6천개 정도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웨어러블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피트니스 트랙킹은 모든 스마트워치들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기어S2에는 재치가 더해졌다. 예를 들면 한 시간 이상 계속 자리에 앉아있으면 일어나서 움직이라는 알림을 주기도 하고, 활동량에 따라 화면에 움직이는 입자들이 가라앉거나 물방울 무늬가 변하면서 동기부여를 해준다.
기어 시리즈 중에서는 기어S2에 처음으로 탑재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기능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를 통해 국내 교통카드 양대산맥인 티머니와 캐시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결제가 가능하고 티머니 가맹점인 편의점에서 소액결제도 가능하다.
실제 시연해보니 티머니 애플리케이션을 굳이 실행하지 않아도 티머니 단말기에 기어S2를 가져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졌다. 처음 신용카드를 등록해두면 매일 3만원의 한도가 새롭게 생성되는 방식이다. 만약 3만원 이상의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면 ‘한도복원’ 버튼을 통해 3만원 한도를 새롭게 생성할 수 있고 한 번에 3만원 이상의 결제해야한다면 두 번으로 나눠 결제하면 된다.
또 국내 출시에 맞춰 BC카드가 처음으로 NFC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니 이를 기어S2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ATM 현금 출금도 가능하다. 기어S2를 통해 현재 잔액과 거래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고, ATM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출금 인증 번호를 기어S2를 통해 확인하고 현금을 출금할 수 있다. 멤버십, 쿠폰, 바우처 등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시럽 월렛' 애플리케이션도 지원한다. 스타벅스의 멤버십과 리워드 등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기어S2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들도 사용할 수 있다.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라인'은 물론이고 스마트 내비게이션 '김기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지니', '엠넷', 골프거리 측정 애플리케이션 '골프 나비' 등도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또 기어S2는 갤럭시 스마트폰과만 연동됐던 기존 기어 시리즈와 달리 안드로이드4.4 운영체제(OS) 이상, 1.5GB 램(RAM)을 탑재한 모든 스마트폰과 연동이 된다고 하니 다른 브랜드 스마트폰을 쓰는 사용자들의 선택의 폭도 조금 더 넓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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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기어S2는 “왜 스마트워치를 꼭 차야하는데?”라는 회의론에 대해 삼성전자가 많은 고민을 해서 만든 스마트워치라는 흔적이 보인다. 지갑, 열쇠, 신용카드 등 일상생활에서 매일 쓰는 것들을 스마트워치로 대체해 주려는 노력이다. 스마트워치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조금은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기어S2는 내달 2일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출시될 예정이다. 기어S2는 '기어S2'와 내장형 심카드를 장착해 독자 통신 기능을 제공하는 '기어S2 3G', 전통적인 시계 디자인을 강조한 '기어S2 클래식' 등 세 종류로 출시된다. 가격은 출시에 임박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