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만드는 서버 제품을 우대하는 정책이 시행될 경우, 외국계 제품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1천여곳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부터 국산ICT장비산업 육성 차원에서 이 정책을 요구하는 민간업체를 지지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담당 공무원과는 완전히 상반된 시각이라 주목된다.
해당 발언이 나온 곳은 6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공청회.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으로 추천된 품목별로 업체 의견을 현장 접수하기 위한 자리였다.
경쟁제품은 중기중앙회가 추천해 중소기업청이 결정한다. 지정 결정된 품목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제품만 공공 조달 시장에 입찰할 수 있게 돼, 대기업과 외국업체 제품은 결과적으로 배제되는 효과가 있다.
공공 ICT장비 조달시장의 연간 규모는 얼마나 될까. 공청회에서 서버 및 스토리지 전자·정보통신 산업 진행을 담당한 중기중앙회 박영훈 차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버는 764억원, 스토리지는 632억원으로 추산된다. 서버와 스토리지 품목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공공기관들은 2016년1월1일부터 2018년12월31일까지 3년간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한 국내업체들의 이른바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사서 써야 한다.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한 곳은 자체 x86서버와 스토리지를 만드는 이트론, 이슬림코리아, 태진인포텍 등 중소기업 10여곳이 모여 발족한 '한국컴퓨팅산업협회'다.
이날 한국컴퓨팅산업협회나 회원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서버의 경쟁제품 지정에 대해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공청회에서 서버 품목의 경쟁제품 지정여부에 대한 공개 의견은 '반대' 일색이었다. 외국 서버업체 외에도 유통 파트너 및 솔루션 개발 파트너,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제각기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올해 적용을 위해 지난해 진행된 '추가 경쟁제품 지정' 검토 때 얘기와 대체로 겹쳤다.
지니텍의 임건재 전무는 "(서버 경쟁제품 지정 신청한) 10여곳 때문에 우리같은 외산제품 유통업체 1천여곳 죽는다"고 주장하며 "수입 부품으로 조립한 제품을 국산이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니텍은 외국 서버 업체들의 제품을 유통, 설치, 납품하는 직원수 25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공공 조달 시장에서 외국 업체 제품을 납품할 수 없게 되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미래부 정보통신산업과 ICT장비산업육성담당 장영호 사무관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공공시장의 서버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에, 이 품목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더라도 외산제품을 다루는 사업자들이 겪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관련기사)
현장에선 사업이 어려워짐은 물론, 다른 파장을 우려하는 발언도 나왔다. 외산제품 유통업체 드림인텍의 김재욱 상무는 "납품이 위축되면 AS인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며 "이들이 오늘 대통령 대국민담화에서 일자리창출 해야한다던 바로 그 '청년'들인데, 내보내면 어떻게 될지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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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서버 기반의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는 SW솔루션업체 에임투지의 임민수 팀장은 "수입부품 조립해서 만든 제품에 우리 SW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정부가 지원하는 국산SW 수출시 현지 기술지원이 안된다"며 지정을 반대했다.
자신을 오픈소스기반 클라우드솔루션 구축업체로 소개한 회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에 외산서버 기반으로 클라우드시스템 구축 중인데 국산서버에는 SW가 요구하는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며 "향후 공공기관에 국산서버가 들어가면 우리 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솔루션으로 시스템 구축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버업체 한국HP의 이화령 상무는 "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 이미 국산서버 조달 가산점을 주고, 이외에도 중소기업 보호 법규가 많다"며 "외국기업 배제 정책 말고 상생협력 방안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