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 오늘 자정 마감

대규모 청구권 행사로 인한 합병 무산 가능성 높지 않아

홈&모바일입력 :2015/08/06 17:47    수정: 2015/08/06 17:48

정현정 기자

삼성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될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마지막 고비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달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건을 통과시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절차를 마무리 짓고 내달 1일 계획대로 합병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 접수가 오늘(6일) 자정 마감되면서 행사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사를 통한 청구권 행사는 이미 전날인 5일 오후 4시 마무리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에서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결의된 경우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보유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일종의 주주보호장치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청구기간 동안 현저히 밑돌 경우 대다수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지고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총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는 양사 합병의 막판 변수로 거론돼왔다. 삼성물산이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주당 5만7천234원이다. 전날 종가(5만7천200원) 기준으로 34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감일인 6일에는 전날보다 3.5% 하락한 5만5천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양사는 합병계약서 상에서 두 회사에 청구되는 주식매수청구권 금액 합계가 1조5천억원을 넘을 경우 합병계약 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다수 주주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법인의 자금 부담이 막대해지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따져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 16.21%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추진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의 경우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던 전례가 있다.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보다 35분 늦게 시작했다. [사진=삼성물산]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과 비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중요성과 양사의 강한 합병의지를 고려할 때 합병 무산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주주들의 대규모 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면 몇 가지 자격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우선 합병이 발표된 지난 5월26일 이전 시점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 사안에 대해 증권사 등을 통해 서면이나 유선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주총에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어야 하며 주총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 동안 증권사나 해당 회사를 통해 행사 의사를 밝혀야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에 반대한 주식 비율은 25.82%에 이르지만 사전에 반대 의사를 통보한 주주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구권 행사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미리 반대 의사를 밝혔더라도 주총 이후 시장에서 매도를 통해 주식을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과 현재 주가가 많이 차이 나지 않는데다가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하고, 0.5%의 증권거래세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실익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삼성물산 역시 합병 무산 가능성에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는 의무공시 사안이 아니지만 마감 이후 자율공시 등을 통해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청구가액이 1조5천억원이 넘을 경우 합병 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돼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열어둔 차원인 만큼 큰 무리가 없는 이상은 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해 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일부 지분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7.12%(1천112만주) 규모이며 합병 발표 이전에 보유 중인 물량 773만2779주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가 가능하다.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청구금액은 4천425억7천800만원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향후 소송전 등에 대비해 합병 반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아주 소량의 지분에 대해서만 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혹은 합병 저지에 실패한 상황에서 보유지분을 처분해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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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대변인은 "엘리엇은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됐다"면서 "이는 무엇보다 제일모직에 대해 주식 시장에서의 과대평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된 것으로 엘리엇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임시주총 이후 삼성물산 보유지분 7.12%에 대한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한 뒤 지분 1%에 대해 실질주주증명서를 재발급 받았다. 이는 1% 소주주권을 통해 삼성물산 이사진과 합병 비율 등을 근거로 합병 무효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이 끝난 뒤 엘리엇의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