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 들어 처음으로 세계 각국의 현대·기아차 법인장을 소집, 환율 대응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에 대한 대안과 하반기 전략을 논의한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안팎으로 유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엔화·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과 유럽 업체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으며 전략 지역인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도 환율 하락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수입차 잠식이 심화되면서 안방 점유율의 상승 반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오는 14~16일께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몽구 회장과 현대·기아차 해외 법인장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법인장 회의를 연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정 회장 주재로 해외 법인장 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 회장이 상반기 실적 점검 및 하반기 지역별 판매 전략 등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특히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역 거점별로 신차 출시와 맞춤형 판촉 강화 등을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상반기 현대·기아차가 부진한 실적을 보인 만큼, 강도 높은 판매 확대 방안 주문도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2.4% 감소한 394만6천67대를 판매했다. 정 회장이 올 초 제시한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가 82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달성해야 하는 실적 목표치 410만대에 못 미치는 결과다.
주요 시장별로는 미국의 경우 올 상반기 사상 누적 판매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어난 68만2천102대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66만1천847대) 이후 1년 만에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늘어난 판매량에 비해 점유율은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미국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4.4%, 기아차 3.6% 등 총 8.0%를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0.1%p 하락했다.
미국 시장에서 저유가 영향으로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지는 틈을 탄 미국차의 공세에 밀렸고, 엔저를 앞세운 일본차의 판촉 강화도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중국 로컬업체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데다, 현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까지 가격할인에 나서면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켜왔던 점유율 9%선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판매는 9만5천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급감하며 점유율도 7%대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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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현지 통화의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다. 점유율 사수를 위해 출혈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외법인장 회의는 글로벌 시장 현황 점검은 물론 판매 전략과 목표 등을 공유하는 자리"라면서 "대내외 상황을 감안할 경우 이번 회의에서는 전 세계 거점별로 강도 높은 맞춤형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