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자바 전쟁이 점차 오라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29일(현지 시각) 구글의 상고허가 신청을 기각한 때문이다.
이제 구글과 오라클은 1심 법원으로 자리를 옮겨 자바 API 공정 이용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됐다. 하지만 승부의 추는 이제 오라클 쪽으로 기울었다고 봐도 크게 그르지 않다.
지난 2012년 시작된 구글과 오라클 간 자바 소송은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많다. API 활용 범위까지 규정할 중요한 재판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외신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주요 외신 보도를 중심으로 사건의 배경과 파장을 살펴봤다.
1. 스트레이트
더버지는 대법원이 오라클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건을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비교적 담담한 논조다. 하지만 더버지는 이번 판결로 API를 활용하는 것이 '공정 이용'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더넥스트웹을 비롯한 다른 외신들도 이번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 [더버지] Supreme Court declines to hear Oracle v. Google case over software copyright
- [로이터] U.S. top court declines to hear Google appeal in Oracle Java fight
- [더넥스트웹] Google denied appeal by US Supreme Court in Oracle Android dispute
2. 갈라진 실리콘밸리
블룸버그는 좀 다른 쪽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조치로 호환 코드를 만드는 기업과, 그것에 의존하는 기업 간에 넘기 힘든 장벽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특히 구글은 대법원에서 혁신을 강조했고, 오라클은 '고도로 창의적인 활동'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고 진단했다.
3. 혁신의 적
복스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번 결정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재앙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복스의 논리는 간단하다. 소프트웨어는 호환이 중요한 데, 자바 API 활용까지 저작권법 침해로 규정해버리면 혁신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4. 어쨌든 승자는 오라클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오라클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 없다. 머큐리뉴스를 비롯한 많은 매체들이 이번 결정의 승자는 오라클이라고 평가했다.
5. 이번 사건이 왜 중요한가
오라클과 구글 간의 자바 전쟁은 시작부터 삼성-애플 특허 소송 못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어떤 면에선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됐다. 판결이 미치는 범위가 두 업체 선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위크가 이 문제를 잘 진단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API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부분이었다. 소프트웨어 툴로 보느냐, 아니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법으로 보느냐에 따라 관련업체들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다.
단순한 기법으로 볼 경우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툴로 간준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 판결에서 오라클이 승리할 경우 그 부분에 대한 확고한 판례가 생기게 돼 적잖은 업체들이 영향권 하에 들 수도 있다.
6. 소프트웨어 업계엔 먹구른
이번 사건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포천은 제목부터 그 부분을 강조했다. 그 동안 API를 가져다 쓰던 개발자들이 이젠 저작권법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게 그 이유다.
앞으론 API를 실행할 명확한 명령어를 만들어야만 하는 데, 그렇게 할 경우 작업량이 훨씬 늘어나게 됐다는 지적도 했다.
7. 앞으론 어떻게 되나
물론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오라클의 승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두 회사는 1심 판결을 했던 캘리포니아 지역법원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공방을 벌인다.
그 곳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자바 API를 쓴 것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 지 여부를 놓고 또 다시 공방을 벌이게 된다.
이번 소식을 '나쁜 뉴스(bad news)'란 제목을 달아서 소개했던 전자프론티어재단(EEF)은 기사 끝 부분에서 "아직 오라클의 승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8. 좀 더 자세한 배경을 알고 싶다면
구글과 오라클 간의 소송는 특허 소송이 아니다. 초기엔 특허 이슈도 있었지만 이젠 저작권법 소송이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소송을 바라봐야만 한다.
이 소송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면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를 활용하면 좋다. 그 곳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을 꼼꼼하게 읽다보면 이번 소송의 배경을 잘 알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일종의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에 게재된 글들을 읽는 건 쉽지가 않다. 비교적 깔끔하게 단순하게 글을 쓰는 언론과 달리 포스페이턴츠의 글들은 조금 난삽한 편이다. 그 점을 감안하고 읽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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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포스페이턴츠 글을 읽을 땐 링크로 연결된 관련 자료들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풍부한 자료 제공도 이 사이트의 장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