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자 업계가 각종 애로사항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주요 생산기지와 연구개발(R&D)센터가 밀집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확산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해외 기업의 국내 지사는 본사와의 교류에 애를 먹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르스로 인해 업무 공백이 생기거나 해외 바이어와의 일정이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수원과 평택 지역이 메르스 국내 전파가 시작된 지점과 가까워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당 기업 직원들에 따르면 현재 고열이 발생하는 등 의심 증세가 있는 임직원에 대해 조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중동 출장을 다녀온 임직원에 대해서는 자택 근무를 지시한 상태다. 한 직원은 “일부 임직원들의 조퇴로 인해 업무 공백이 생기는 부담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당초 지난주 예정됐던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연기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이 확산 통로로 인식되면서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 임직원의 확진 판정 여부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기존 방역 및 대응 체계를 뛰어넘는 수위의 대응 체계를 긴급 가동하고 경영진이 직접 사업장별 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등 기민한 대처에 나섰다. 특히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경우 메르스 유행이 증가하는 경기 남부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 등 서구에 본사를 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한국 지사는 본사 엔지니어가 방한해 실시할 예정이었던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CNN 등 현지 언론에서도 꽤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의 경우에도 한국 출장은 물론 중동 출장도 제한적으로만 실시하고 있다. 소니의 경우 한국인 환자가 중국 광저우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본사 직원의 광저우 현지 공장 출장을 자제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히타치나 토요타, 혼다 등 전자.자동차 업체들도 임직원들에 주의를 당부하며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사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등 국내보다 해외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한 업체들은 해외 바이어의 발길이 끊어져 울상이다. 한 웨어러블 기기 개발업체 대표는 “전시회에 해외 바이어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관심은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과학기자대회’에도 영향을 끼쳤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원래 에볼라 바이러스에 관해 다루려던 세션에서 행사 직전에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에볼라 보다 메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션 주제에도 메르스가 급히 추가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