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든 타의든 야근에 시달리고 주말에도 코드와 씨름하는 날이 다반사인 삶은 개발자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좋은 복지로도 유명한 국내 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APM) 소프트웨어(SW) 전문 업체 제니퍼소프트 개발자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제니퍼의 모든 직원들이 하루 7시간, 주 35시간을 일한다. 출퇴근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휴가도 자유롭다. 한달 보름씩 장기휴가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개발자들에게도 이 룰은 적용된다.
그렇다고 개발자들의 할 일이 적은 것도 아니다. 11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이 국내외 900여개 고객사에서 들어오는 요청을 처리하고 있다. 최근 만난 제니퍼 이현철 최고 전략 책임자(CSO)와 홍철의 R&D팀 팀장은 '행복한 개발자'를 만드는 조직문화에 비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니퍼 개발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 삶과 일이 균형을 이뤘을 때 나타나는 효과들
제니퍼는 삶과 일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일터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행복해야 결과적으로 직원의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고 회사에도 득이 된다는 생각이다.
홍철의 팀장은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로 삶과 일이 균형을 이뤘을 때 생산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개발자는 창의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직업인데, 집이나 개인적인 고민을 최대한 줄여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누군가는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고 출근하려면 9시까지 못 나올 수도 있어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회사에 와서도 그 일을 걱정을 하게 되고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죠. 가정에서 평화가 회사에서 창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고 또 회사에서 즐겁게 일하면 퇴근길이 가볍고 가정에서의 평화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삶과 일의 균형을 중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제니퍼의 화려한 복지는 이러한 선순환의 촉진제로써 동작합니다.”
자유로운 출퇴근 제도나 재택근무 같이 자율성을 강조하는 제니퍼 문화는 직원들이 삶과 일의 균형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들이다.
홍 팀장은 “정해진 시간에 근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일을 하게 하고, 재택근무도 허용하고 있다”며 “창의력과 집중력은 자율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제니퍼는 구성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모두가 원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한다
자율성은 제니퍼 개발조직이 집중력과 창의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치다. 따라서 제니퍼는 자율성을 방해할 수도 있는 프로세스는 최소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홍철의 팀장은 “제니퍼에서는 반복적이고, 실수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프로세스를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아무리 좋은 프로세스라도 실제 이를 활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쓰지 않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도입할 때 ‘구성원들이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을 거치고 나니 제니퍼에는 특별한 개발 방법론이 없다. 자율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이슈관리 시스템인 지라(JIRA)를 적극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현철 CSO는 “회의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릴리즈노트까지 지라에서 이뤄진다”며 “기획을 하고 리뷰를 거쳐서 각자의 업무(태스크)를 나누면 각각의 태스크가 지라로 가고 최종 릴리즈까지 관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니퍼 개발자들은 지라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하고 있다. 여기서 개발팀장은 모든 이슈를 검토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개개인은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 중요한 건 구성원들이 본인의 태스크를 정하고 처리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연습을 한다는 점이다.
이현철 CSO는 “실제 개발하는 사람이 일정을 정하는데 최대한 태스크를 쪼개서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은 시간 내에 못했나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추후에 본인이 계획을 세울 때 이를 참조해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기 위해서 이고, 이렇게 되면 근무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나머지는 개인의 삶을 살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 무엇을 개발할지 정하는 과정도 중요
제니퍼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을 잘 해주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는 것보다 고객이 정말 필요한 것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제니퍼 개발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현철 CSO는 “대형고객이라고 해서, 혹은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해서 이를 개발하지 않는다”며 “고객 요구사항에 대해서 개발의 방향성과 맞는지, 제니퍼를 사용하는 다른 고객들에게도 필요한 기능인지를 충분히 논의하여 개발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무엇을 개발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실제 개발에 들어가기 전까지 검토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제니퍼 개발자들에게 의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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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의 팀장은 “개발하기 전에 충분히 목표, 스펙, 디자인 등 개발에 관련된 리뷰를 단계별로 충분히 하고 있다”며 “사실 이런 프로세스는 다른 기업도 다 하는 것이지만 리뷰를 했을 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제니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니퍼 개발팀은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으로 정하지 않고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집착적으로 묻고 결정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개인에 내재화시키면 자신이 하는 일에 애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