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미국)=김우용 기자]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15’ 현장. 참가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끈 것 중 하나가 MS판 가상현실(VR) 기기 ‘홀로렌즈’다.
아직 시제품인 윈도10에 기반한 홀로렌즈는 3D 그래픽과 홀로그램, 증강현실을 결합한 기기다. 올해 빌드2015 첫날 기조연설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기자는 빌드2015에서 열린 홀로렌즈 기기 시연 및 워크숍에 참가해 제품을 직접 사용해봤다.기기 체험은 사전에 방문 시간을 지정하고, 허가된 사람만이 가능하다. 기자는 MS 직원의 인솔을 받아 도착한 호텔 1층 로비에서 잠시 대기했다. 6층으로 올라가자 홀로렌즈 스태프용 티셔츠를 입은 MS 직원이 기자와 일행들을 맞이한다. 그를 따라 간 곳에서 전용 배지와 기념 티셔츠를 수령하고, 한 켠에서 유리통 속에 전시된 홀로렌즈 실물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여기까진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이후 다시 방을 옮겨 가니 락커들이 있다. 촬영, 녹음, 녹화 가능한 모든 기기와 가방을 맡기고 수첩과 볼펜만 들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엔 무대가 마련돼 있었다. 자리에 앉자 무대 뒤에서 두명의 직원이 나와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기조연설처럼 자신들이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그 경험을 카메라로 찍어 화면으로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시연자들은 스카이프로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자신들을 MS 홀로렌즈 개발팀이라 소개한 둘 중 한 명이 무대뒤로 들어갔다. 무대 위 사람이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스카이프를 실행했다. 무대뒤로 사라졌던 사람이 데스크톱 앞에 앉아 전화를 받는다. 한명은 모니터를 보고, 또 다른 한명은 공중에 뜬 스카이프 창을 보며 대화를 했다.
스카이프 창은 홀로렌즈를 착용한 사람 눈높이에 맞춰 떠 있다. 손가락으로 창의 위치를 바꿀 수 있고 시선을 돌리거나 걸음을 옮기면 창이 그를 따라 이동한다. 한 곳에 고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카이프창을 고정시키고, 홀로렌즈를 쓴 사람이 창 뒤편으로 가니, 스카이프 창 뒷면이 보인다. 아마 홀로렌즈 등장 전에 윈도OS의 창 뒷면을 본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어 마인크래프트로 재현된 시애틀의 스페이스니들 타워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이어 홀로그램으로 바뀐 마인크래프트판 스페이스니들타워가 홀로렌즈를 쓴 사람의 눈 앞에 등장했다. 그는 타워를 이리저리 옮기기도 하고 크기를 늘렸다 줄였다 하다가 무대 한켠의 장식대에 올려놨다. 가상의 물체임에도 마치 실제로 장식장에 놓은 듯 정확히 자리를 잡았다.
다음으로 데스크톱 앞의 사람이 3D그래픽으로 모델링한 스페이스니들타워 모형을 실행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홀로그램으로 전송했다. 홀로렌즈 착용자는 모델링된 디자인을 보면서 스카이프로 파트너와 상의를 하고, 모형 앞 부분에 ‘//BUILD/’를 붙여달라고 요청한다. 파트너가 그래픽에 수정요청을 반영하자 홀로그램도 즉시 바뀌었다. 완성된 3D그래픽은 바로 3D 프린터로 전송돼 출력할 수 있다고 한다.
시연이 끝나자 다시 락커룸으로 이동해 짐을 찾았다. 그리고 또 다른 직원의 인솔을 따라 27층으로 올라갔다. 드디어 직접 착용해볼 시간이 왔다. 27층에서 또 다시 모든 짐을 락커에 맡기고, 홀로렌즈 사용을 위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담당자는 홀로렌즈의 주요 인터페이스를 3가지라고 소개했다.
하나는 시선이다. 고개를 돌리면 가상현실 물체가 그에 따라 바뀌게 된다고 한다. 다음은 제스처다. 검지 손가락을 펴고 나머지는 말아쥔 상태에서 6인치 정도 거리에서 마우스 클릭하는 모션을 한다. 손가락 마디를 구부리면 안 되고, 곧게 펴고 클릭해야 한다. 마지막은 음성이다. 홀로렌즈는 음성인식으로 명령할 수 있다.
시력을 측정하고, 마침내 호텔 방으로 한명씩 입장했다. 홀로렌즈를 머리에 맞게 씌워주며, 직접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 윈도 로고를 보며 고글을 앞뒤위아래로 움직여 초점을 맞춘다.
체험할 시나리오는 건축설계였다. 첫날 기조연설에서 소개된 MS 파트너트림블이 개발한 3D 건축설계툴로 시내 빈공간에 가상의 건물을 짓게 된다. 데스크톱 모니터에 설계된 건물의 3D CAD 도면이 떠 있다. 이어 모니터 옆 도시 모형의 빈 자리에 홀로그램으로 변한 3D CAD가 나타났다. 마우스를 왼쪽으로 휙 움직이자 포인터가 가상현실로 보였다.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건물 디자인을 이리저리 바꿨다.
완성된 디자인은 가상의 거리에 적용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실제로 맑은 하늘 아래 도시속에 내가 디자인한 건물이 자리했다. 어느 것이 실제이고, 어느것이 가상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 상태에서 건물의 외벽의 질감이나 색상 변경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몇걸음 옮겨 벽돌벽으로 둘러쌓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MS 직원의 설명을 들으니 컴퓨터 그래픽과 실제를 합성하려면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해야 하지만, 홀로렌즈는 아무곳에서나 완벽한 공간 합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손가락 제스처를 취해 스카이프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 사람과 동일한 크기의 아바타가 나타나 자신을 리처드라 소개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그는 동료 설계사라고 한다. 갑자기 벽에 뻥 뚤린 구멍이 생기고 건물밖 풍경이 보인다. 구멍 중간에 H빔이 있어 시선을 가린다. 이 장애물을 치운 수정된 모습이 나타났다. 보기 흉했던 구멍은 탁트인 창문이 됐다.
리처드가 사라지고, 벽에 파이프가 흉한 모습으로 보인다. 파이프를 눌러 음성으로 수정요청을 녹음했다. 곧 파이프가 사라졌다. 실제 건축 현장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을 표시해두면 나중에 시공자가 이를 수정하게 되는데, 이를 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홀로렌즈 체험이 끝났다. 체험을 하면서 할 수 있었던 건 ‘아’, ‘어’, ‘오’ 뿐이다. 현장을 벗어난 뒤에도 상상을 현실로 체험했다는 흥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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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렌즈에도 단점은 있다. 너무 무겁다는 점이고, 홀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제한적이란 점이다. 고글이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기기처럼 눈을 완전히 가리지 않고 현실과 가상현실을 결합해서 보게 되는데, 마치 가상의 디스플레이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홀로렌즈는 아직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도, 판매가격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민석 국민대 교수의 경험담과 인터뷰에 따르면, 아직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한다.(☞블로그 바로가기) 그럼에도 홀로렌즈는 탄성을 자아내며, 꿈을 가진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정말 오랜만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형사고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