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유럽에서 ’PC시대 제왕’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철을 밟을까?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구글 제재에 본격 착수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구글의 검색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공식 발표했다. 사실상 구글 제재가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 더 눈길을 끈 부분은 따로 있다. EC가 검색 부문과 별도로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한 부분이다.
기술적으로 시일이 조금 지난 검색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지금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야다. 지금 당장 제재 절차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구글 입장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슈다.
■ MS, 끼워팔기 혐의로 유럽서 호되게 당해
구글은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저가 안드로이드 보급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도 스마트워치에서 스마트 자동차까지 다양한 기기들에 활용하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최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C 조사를 받게 될 경우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모바일 황제 구글이 EC에서 겪는 시련은 곧바로 PC 황제였던 MS와 오버랩된다. MS 역시 전성기 때 유럽에서 만만찮은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EU는 지난 1999년 MS를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세계 PC시장의 95%를 독식하던 윈도 운영체제(OS) 제조사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결국 EU는 4년만인 2003년 8월 '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 혐의가 있다고 판정했다. 이듬해인 2004년 10월에는 4억9천720만 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8년 5월에는 오피스2007 서비스팩2가 오픈도큐먼트포맷(ODF)을 지원한다는 부분을, 2009년 1월에는 윈도OS에 포함된 익스플로러 브라우저가 끼워팔기에 해당된다면서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를 제기했다.
결국 EU는 2013년 3월 MS에 두번째 벌금을 물렸다. 당시 벌금 액수는 5억6천100만 유로였다.
모바일 OS 시장의 절대 강자인 구글이 유럽에서 MS와 비교되는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IT 전문 매체인 씨넷은 “구글과 MS는 경우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씨넷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에서 정책 책임자로 일했던 데이비드 발토의 입을 빌었다.
발토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MS의 끼워팔기는 새로운 경쟁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구글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구글의 관행은 소비자들을 이롭게 하는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 구글 반독점 혐의 입증 쉽지 않을 수도
이번에 EC가 구글에 대해 제기한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구글이 스마트폰이나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 구글 앱이나 서비스를 우선 탑재하도록 강제했는 지 여부다. 이런 관행을 통해 결과적으로 경쟁 앱이나 서비스의 시장 접근을 방해한 혐의가 입증될 경우 반독점 행위로 간주하게 된다.
두번째 혐의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포크(Android forks)'로 불리는 변종 안드로이드에 대해 불이익을 가했는 지 여부다. 마지막으로 구글이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묶음 제공하면서 경쟁 앱들의 발전이나 시장 접근을 방해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발토는 안드로이드란 존재 자체가 시장에서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EC가 반독점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있는 히로시 록하이머 부사장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안드로이드의 성공으로 수혜를 입은 것은 구글 뿐만이 아니다”면서 “단말기 제조사들 역시 독특한 혁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MS가 EU와 싸우던 10년 전과 지금은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익스플로러 이외 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받는 데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 앱을 다운받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관행만으로 반독점 혐의를 입증해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안드로이드 단말기 업체 관점에서 보면 구글의 불공정 관행은 명확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EC 조사의 핵심은 “유럽 지역 소비자들의 선택권에 제약이 가해졌느냐”는 쪽에 맞춰져 있다.
관련기사
- 구글 검색, 앞으론 앱도 추천해준다2015.04.17
- EU,구글 제소…앞으로 어떻게 되나2015.04.17
- 구글검색 제소 EU, 안드로이드도 '정조준'2015.04.17
- 집안단속 나선 구글 "EC 조사? 자신 있다"2015.04.17
그런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 구글과 MS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인 셈이다.
과연 안드로이드 제왕 구글은 EC의 예리한 공세를 피해갈 수 있을까? 아니면 10년 전 MS가 그랬던 것처럼 어마어마한 ‘벌금 폭탄’을 맞게 될까?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공방이 어디로 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