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통신시장이 얼어붙었다. 정부에서는 기기변경이나 단말 판매량 수치가 법 시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발표하지만 유통업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밑바닥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서는 이보다 더 파격적인 완전자급제 등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단말 유통시장이 더 얼어붙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통신비 압박이 객관적 지표나 논리에 의해 제기되기보다 이달 말 치러지는 보궐선거와 내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겨냥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본지에서는 총 4회에 걸쳐 매번 선거철마다 제기되는 통신비 인하 주장이 무엇이고 실제 세계 각국에 비해 국내 통신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알뜰폰은 중소기업 육성·보호 산업이 아님에도, 대기업이라고 해서 우체국 알뜰폰 진입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제4이통에는 신뢰할만한 대기업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나 국회의 반응입니다. 모순되는 것 아닙니까?”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동통신서비스의 기본료를 폐지하라고 합니다. 만약 이번에 기본료를 폐지하면 앞으로는 통신비 인하 요구는 없어지는 겁니까?”
통신비 인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쏟아지는 업계의 불만들이다. 통신비 인하를 시장의 자율적 경쟁을 통해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정부 정책이나 국회 압박으로 해결하려는 행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는 사업자들에게 강권해 해결될 이슈가 아님에도 국회에서는 매년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래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휴대폰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목표로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불만은 그 주체인 소비자들과 유통업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으로 경쟁이 제한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최근 정부가 단말 판매량, 기기변경이나 일평균 개통건수가 법 시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통신3사로 고착화된 시장에서 단말기유통법이 경쟁을 제한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일부 유통점의 불법 보조금을 이용한 위법행위나 소비자 차별행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를 완전히 근절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반쪽자리 정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16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건전한 단말기 유통 질서는 규제강화보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자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이 정상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원금 상한제도 폐지 등을 요구한 것도 경쟁제한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소비자나 유통업계가 가장 큰 편익을 얻기 위해서는 경쟁이 활발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때다. 하지만 현재 통신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통신비 인하를 강요하고 있다.
근본적인 통신비 인하의 치유법이 아니다. ■ 경쟁 활성화, 알뜰폰 경쟁력 확보부터
정부가 시장경쟁 활성화와 이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도입한 이동통신재판매(MVNO) 제도는 현재 알뜰폰이란 이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8.2%, 500만 가입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485만 가입자를 확보해 이달 500만 돌파가 유력시된다.
하지만 10여개에 이르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현재 누적적자 규모는 2천400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전파사용료 등을 면제했음에도 나온 결과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망이 없는 알뜰폰 사업자가 망을 빌리는 대가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기득권을 지닌 기존 이통3사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표적 알뜰폰 서비스로 꼽히는 우체국 알뜰폰은 지난달 20만 가입자를 넘어섰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의 월 평균 통신비는 이동통신 3사의 3만6천468원보다 69.5% 낮은 1만1천132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난해 4분기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의 월 평균 요금이 전분기보다 118원 감소한데 반해, 4분기 이동통신 3사의 월 평균 요금은 3만5천468원으로 전분기보다 667원 늘었다.
알뜰폰 서비스가 통신비 인하에 효과가 크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통신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주목할 부문이다. 또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알뜰폰 사업자가 우체국의 위탁판매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전히 우체국 알뜰폰가입자의 대부분은 40~60대가 전체에서 65%를 차지하고 주로 피처폰 가입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LTE 요금제를 갖추고 청소년이나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알뜰폰 서비스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CJ헬로비전이나 한국케이블텔레콤 등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우체국 알뜰폰에 참여해 기존 이동통신3사와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대기업이란 이유로 경쟁에서 제한돼 있다.
정부가 올해도 알뜰폰 사업자의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온라인 판매 사이트, 전파사용료 면제와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서도 이에 대한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중장기적으로는 제4이통 필요
지난 몇 해 동안 수차례 제4이동통신사 출범을 위해 도전한 사업자들이 있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가장 큰 이유는 건전하고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동통신시장 구조에서 경쟁 활성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는 제4이동통신사의 등장이 꼽힌다. 실제, 제4이통을 준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VoLTE를 기반으로 음성과 데이터를 무제한이나 10GB 정도를 제공하는데 월 3만4천원이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존 이통사들이 6~7만원대의 요금제에서 무제한 음성이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제4이통사 등장만으로도 인위적이지 않은 요금·서비스 경쟁으로 통신비 인하를 꾀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통신비 인하 등을 염두에 둔 중·장기 통신정책 방안의 하나로 제4이통 출범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는 점이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을 도입했지만 기존 이통사로부터 망을 빌려 사업을 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경쟁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결국 통신비 인하 해법으로 제4이통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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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정부가 단말기유통법과 같은 규제 정책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시장 활성화와 진흥을 위한 경쟁정책으로 제4 이통이 출범했을 때 해당 사업자가 시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는 전송망이나 가입자선로 등의 도매시장 정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에 따른 요금인하와 함께 지난해 10월 전병헌 의원이 지적했던 ‘갤럭시지수’와 같이 국내·외 단말기 가격의 역차별이나 출고가 인하를 유도해 전체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