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미국 스타트업의 아시아 진출을 돕는 벤처캐피털(VC)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실리콘밸리에 자리 한 트랜스링크캐피탈.
한국인인 음재훈 대표를 비롯해 일본의 토시 오타니 대표, 대만의 재키양 대표 등 세 명이 지난 2007년 손을 잡고 트랜스링크를 세웠다.
음재훈 대표는 14일 네이버 분당사옥 그린팩토리 2층 커넥트홀에서 개최된 ‘제2회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실리콘밸리에서 VC로 성공하기 위한 경험을 소개했다. 임정욱 센터장이 사회를 맡아 대담을 진행했다. 주요 대화 내용을 정리했다.임정욱 센터장(이하 임): 트랜스링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음재훈 대표(이하 음): 지난 2007년 트랜스링크를 창업했다. 트랜스링크는 미국 업체 위주로 투자를 진행하며 주요 투자 분야는 IT다. 트랜스링크만의 차별화 밸류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풀이다.
임: 공동설립자들의 출신국이 다 다른데 힘든 점은 없나.
음: 파트너 멤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각자 자국에서 태어나 자란 뒤 15년에서 20년 전 미국으로 넘어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은 후 미국에서 벤처 캐피털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출신 성분이 다르지만 실리콘밸리에 몸담았다는 데서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실리콘밸리라는 일종의 멜팅팟에서 수많은 국가의 사람들과 어울려 일한 경험이 도움이 된다.
임: 트랜스링크가 보기에 좋은 업체는 다른 VC들에게도 좋아 보일 텐데 투자사에게 어필하는 트랜스링크의 가치는 뭔가?
음: 투자업계에 있다 보면 금방 느끼는 게 일반적인 상식수준의 기술적 이해력과 판단력만 있으면 좋은 업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말한 대로 좋은 업체는 골라서 돈을 받을 수 있다. 8년 전 시작했을 때만해도 신생 VC로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했다. 차별화 포인트는 아시아 쪽 시장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좋은 업체들이 소개를 받아 저희를 찾아오기도 한다.
임: 트랜스링크가 투자한 업체들을 소개해 달라.
음: 상장한 업체 3개, 인수된 업체 7개 정도다. PC 백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카보나이트는 3년 전 미국에서 상장해 최근 완전히 엑시트 했으며 미국에서 가장 큰 비디오 광고 업체 유미는 지난 2년 전 나스닥에 상장했다, 최근 중국 쪽 상장을 준비 중인 몬티지 테크놀로지와 드롭박스에 인수된 클라우드온, 최근 우버가 인수한 디카타 등도 있다. 반도체 부품부터 인터넷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 투자 중이다.
임: 트랜스링크가 투자한 업체 중 상장보다는 인수된 업체가 훨씬 많다.
음: 실리콘밸리의 엑시트 비중을 보면 IPO까지 가는 경우는 10%도 안된다. IPO 기준선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 연매출 1억 불 이상이 꼽힌다. 이에 더해 수익을 이미 내고 있거나 조만간 수익을 내는 게 가시화되는 업체만이 상장할 수 있다. 때문에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은 매출 수준이 조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한참 기다렸다 상장했다. 대부분의 엑시트가 M&A로 이뤄진다. M&A에서는 좋은 M&A가 있고 아닌 M&A가 있는데 투자금을 환수하지 못할 정도로 정리 인수되는 나쁜 M&A가 3분의 2에 달한다. 최근 M&A가 많이 일어나는 건 큰 업체들의 경쟁 때문이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들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모든 경쟁을 자체 R&D로 해결하는 건 이들 대기업들에게도 불가하기 때문에 인수를 통해, 해당 분야에 진출하려는 것이다.
임: VC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소개해 달라.
음: VC는 몸으로 뛰는 '노가다'다. 좋은 업체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많은 업체들을 만나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미팅을 100개 하면 실사로 가는 게 5개에서 10개, 투자로 가는 게 하나라고 얘기한다. 그 정도로 많이 만나야 한다. 하나의 업체를 찾은 후 우리에게 투자를 받도록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업체에게 우리가 가진 가치를 보여주는 것도 결국 몸으로 부딪혀야 한다. VC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펀드레이징, 기존 투자사 관리, 새로운 업체 발굴 등이다.
임: 그럼 보통 일 년에 몇 개의 업체를 만나나.
음: 하루에 보통 하나의 새로운 업체를 만나자는 게 목표다. 일년에 평균 250개 정도의 업체를 만나며 이 중 일 년에 하나에서 두 개의 업체가 투자로 이어진다. 이게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VC의 사례다.
임: 최근 우버와 샤오미가 엄청난 규모의 밸류에이션에 성공하면서 실리콘밸리에 버블이 심하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음: 어떤 업계나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버블은 항상 있다. 많은 분들이 닷컴 버블을 생각하실 텐데 상황이 다르다. 당시와 비교하면 최근에는 투자 시에도 매출을 더 많이 보며 광고 기술이 훨씬 진화했다. 때문에 페이스북 등 처음부터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하지 않은 기업들도 매출 확대에 나서면 금방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우버와 샤오미의 경우 이미 엄청난 매출을 내고 있는 업체다. 스타트업 역사상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은 이유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연매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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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음: 한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 창업해 미국에 진출하는 경우와 미국에서부터 맨땅에 헤딩하듯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만 봐도 한국에서 성공한 후 미국에 진출한 류현진과 미국에서부터 커리어를 시작한 추신수가 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로 본인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