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이나와 국내 IT기업들의 대응 전략

전문가 칼럼입력 :2015/04/13 18:24    수정: 2015/04/14 08:23

최규헌
최규헌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와 같은 중국 IT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펼쳐야할까? 중국발 태풍은 우리가 무시한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 업계에 이미 중량감 있는 존재로 부상했고 알리바바의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몇가지 정리해 본다.

국내 업체들은 우선 텐센트 등 중국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펼치는 플랫폼 전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텐센트가 모바일 메신저 앱 위챗을 발판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자 알리바바는 텐센트의 텃밭인 게임 산업에 진출했다. 개발자들에게 주는 몫도 파격적으로 늘렸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기싸움이 보여주듯 중국 플랫폼 시장은 지금 주요 업체들간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중국 플랫폼 기업간 전쟁을 주시하면서 때로는 중국 후발 플랫폼 주자들과 손을 잡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중국에는 퍼펙트월드(PerfectWorld), 치후360(Qihoo360), 샨다게임즈(盛大游戏)와 같이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후발 플랫폼 기업이 많다. 거대 중국 회사에만 의존하는 것보다는 이들과 경쟁하는 후발 중국 플랫폼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중국을 통일하는 거대 플랫폼의 탄생을 견제하고, 유리한 계약도 이끌어 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콘텐츠 사업도 주목해 볼만 하다.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는 기회 중에 하나는 한류로 대변되는 콘텐츠 사업이다.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덕분에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기획사들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콘텐츠 공급과 개발 계약을 맺을 정도로 한국 콘텐츠 업체들의 위상은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 회사가 콘텐츠 개발 노하우와 기획력, 기술력을 통째로 중국에 넘겨주는 것은 당장은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위험요소가 다분하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전체를 보고 투자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알리바바에서 러시아를 통한 사이트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싸고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구하기 위해서 러시아 소비자들이 알리바바를 이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반도 전체적으로 중국, 러시아와 같은 대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바다로는 일본과 접해 있다. 강대국에 끼인 신세일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엄청난 시장을 가까이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접근이 가능한 북한,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곳에는 조선족, 고려인 등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며 북한과 관계가 있거나 중국과 러시아에 삶의 터전을 잡은 사람들이 있다.

북한시장의 개방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투자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중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많은 해외 기업들이 북한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사업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그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애니메이션 사업 경쟁력은 이미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1기 22편은 북한 삼천리총회사와의 합작결과물이었다.

앞으로 남북합작 기업들이 수십 개 생기고 안정적인 남북 경제 협력이 가능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되면 베트남 등지에 대규모 휴대폰 공장을 세우던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올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대외 개방 정책을 펼친다면 동북3성이 갖는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전자상거래 기업들에게 동북3성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연결하는 물류, 배송의 요충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도 조선족, 고려인을 포함해 다양한 민족과 종족들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볼만하다.

알리바바를 만든 마윈이 중국의 소상공인들과 세계를 연결하여 그들에게 기회와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꿈을 꾸던 1990년대 중국은 인터넷이란 개념조차 희박하던 시절이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때 마윈은 글로벌 플랫폼을 꿈꾸었고, 마윈은 은인이나 다름없는 손정의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철학으로 불가능해 보이던 꿈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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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우리가 한반도판 알리바바를 꿈꿀 때이다. 북한의 소상공인들과 남한의 소비자,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 유럽 대륙을 잇는 한국판 알리바바 플랫폼을 상상해보자. 때가 되면 북한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이점과 원가경쟁력 그리고 남한의 기술과 콘텐츠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고, 한국판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서 한반도에서 만든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가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 대륙까지 진출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한국판 알리바바 풀랫폼이란 원대한 꿈은 상상하고 실천하는 자의 몫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규헌 IT컬럼니스트

글로벌 기업에서 전세계 30여개 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IT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실리콘밸리와 협업하여 오픈 이노베이션팀에서 신사업 기획 등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베이징, 텐진,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도 수십 회에 걸쳐서 프로젝트를 한 경험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중국 IT 기업들의 고속 성장의 비결과 우리의 대응 전략을 담은 '붉은별이 온다'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