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에도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 붙는 시대가 됐다.
27일 LG유플러스는 LG전자 G워치 어베인 보조금을 공시했다. 65만원 출고가에 붙는 보조금은 21만원. 소비자들은 2년 약정에 44만원의 금액을 지불하면 G워치R 어베인을 살 수 있다.
G워치 어베인에 앞서 지난해 말 출시된 삼성전자 기어S에 보조금이 붙은 사례가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지난해 출시한 삼성전자 기어S 사용자에게는 통신사 보조금을 준다. SK텔레콤의 기어S 보조금은 11만5천원, KT 보조금은 5만원이다.
이같은 보조금 지급은 웨어러블 판매에 이동통신 서비스 업계가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통화 기능을 지원하며 통신료를 발생시키는 일부 스마트워치에만 붙는 보조금이기는 하지만 일단 웨어러블 생태계 확대에 이통사가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워치의 보조금 지급 사례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웨어러블은 IoT 시장의 핵심 제품”이라며 “이동통신 업계가 IoT 분야에 관심이 크고 웨어러블 생태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킬러앱 다음은 가격…보조금이 반가운 이유
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제품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주요 제조업체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웨어러블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를 끌어당길 만한 킬러앱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유통을 맡은 이통 업계의 소극적인 마케팅도 원인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확대는 제조사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가 함께 하는 것”이라며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웨어러블 시장은 초기라서 가격보다는 효용성이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격도 제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인만큼 보조금 지급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초기부터 폭발적으로 커진 이유 중 첫 번째는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킬러앱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는 유통 업체의 역할이 컸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전략에 이통사의 보조금을 적절히 활용했다. 초기 아이폰 모델부터 통신사 보조금을 끌어들여 용량별로 199, 299, 399달러 전략을 썼던 것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높은 보조금이 지급되면 출고가와 상관없이 부담없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구입한다. 교체 주기 역시 빨라진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통신사의 통상적인 약정 기간과 동일한 2년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나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수익을 얻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짧은 스마트폰의 교체주기와 무관하지 않다.
■웨어러블도 스마트폰 처럼 확산되려면 교체주기 빨라야
스마트폰과 비교되는 것이 TV 시장이다. TV 시장은 긴 교체주기가 특징이다. 100만원도 안되는 풀HD급 30인치대 TV를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고장이 나지 않는 한 2년만 보고 버리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업계에서 얘기하는 TV의 통상 교체 주기는 10년이다.
TV 제조업계가 스마트폰 만큼의 폭발적인 수익성장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도 이처럼 긴 교체주기가 한 몫을 하고 있다.
TV 제조사들은 긴 교체주기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LCD TV에서 백라이트만 교체한 LED TV, 3D TV, 스마트 TV, 풀HD에서 해상도를 높인 UHD TV, 다시 퀀텀닷, OLED까지. 유통업계의 보조금을 통한 교체주기 단축을 기대하기 어려운 TV 시장에서 마케팅 용어들이 난무하는 까닭이다.
웨어러블이 패션이 되면 안되는 이유도 이 교체주기에 있다. 1천만원짜리 제품을 1년마다 교체할 소비자층은 극히 소수다. 애플이 애플워치 에디션을 패션으로 강조하는 전략이 웨어러블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킬러앱도 없는 데 벌써부터 가격마저 높인 채 브랜드 고급화 전략만 펼치면 웨어러블 시장이 도약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계는 패션이지만 스마트워치는 패션만은 아니다”라며 “기능, 패션, 가격이 적절히 조화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도 좋지만 기기라면 기술 발전 빨라야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어S 언팩 행사에서 “웨어러블은 시계지만 사실은 기계”라며 “모바일 라이프를 확장하자는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소개했다.
웨어러블의 기능 개선 측면에서 보더라도 스마트워치는 패션과 조화된 기계여야 한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시계는 보는 기능에서 끝나지만 웨어러블은 사용해야 한다.
기능은 계속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하드웨어의 진화도 필요하다. 센서만 봐도 그렇다. 웨어러블이 IoT 시대의 첨병으로 발전하려면 센서의 진화도 이뤄져야 한다. 고가의 시계로 교체주기가 길어진다면 기능의 진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은 교체주기만큼이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랐다. 싱글코어에서 듀얼코어, 쿼드코어, 다시 빅리틀 방식이 옥타코어까지 CPU 개수는 전력 소모량의 벽에 부딪히기까지 매년 업그레이드 됐다. 디스플레이도 HD, 풀HD를 넘어 이제는 유연하게 구부리기까지 한다. 기술 진화와 대중화 속도, 교체주기는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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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저렴한 제품을 내놓기는 했다. 애플워치 스포츠의 가격은 329달러. 기능의 진화는 어쩌면 애플워치 에디션보다 스포츠가 더 빠를 수 있다.
스마트워치의 브랜드 고급화 전략은 한계가 분명하다. 웨어러블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제조사의 킬러앱 개발을 위한 노력이 첫 번째지만 새로운 시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유통업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제조사와 유통사의 협력은 웨어러블 생태계 진화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