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는 분석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기가옴이 돌연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면서 큰 충격파를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 들려오는 소식들은 더 충격적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갑작스럽게 서비스 중단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가옴이 서비스 중단 공지문을 올린 것은 9일 오후 5시57분(태평양 시각 기준)이었다. 이날 오후까지도 기가옴 기자들은 애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애플 워치 발표 행사를 충실하게 처리했다. 많은 이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기가옴 기자들에게 짠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간판 기자인 매튜 잉그램이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조금 충격적이다. 잉그램은 “폐쇄 결정 직전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특히 잉그램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중단할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1년 새 순방문자 10% 감소…테크크런치 등은 50% 증가
기가옴은 2006년 창간돼 한 때 매달 600만 명 가량이 방문할 정도로 잔잔한 인기를 모았다. 버즈피드나 복스처럼 폭발적인 트래픽을 자랑한 것은 아니지만 내실 있는 기사로 적지 않은 고정팬을 모았다. 참고로 기자 역시 기가옴의 깊이 있는 기사를 무척 좋아했다.
기가옴의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가지였다. 기사와 리서치 보고서, 그리고 컨퍼런스 수입 등이 주수익원이었다.
결과론이란 전제로 한번 따져보자. 세가지 수익 모델 중 온라인 광고는 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잘 나가는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광고를 독식하고 있다. 미디어들이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엔 만만찮은 상황이란 얘기다.
게다가 2005년 이후 IT 전문 온라인 매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더구나 기가옴은 최근 들어 트래픽도 줄어들고 있어 더 힘든 상황이었다.
컴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기가옴은 지난 1월 월간 순방문자가 200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 매체인 매셔블, 테크크런치,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은 순방문자가 거의 50% 가량 늘어났다.

이 부분에 대해선 “왜?”란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선 매튜 잉그램 기자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와 인터뷰에서 잘 설명했다.
잉그램은 “우리는 클린테크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처럼 좀 덜 섹시한 분야에 주력했다”면서 “이 영역에서 전문 지식을 구축하긴 했지만 독자들을 많이 끌어모으는 데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설명도 시선을 끈다. 잉그램 기자는 “굉장히 작은 조직으로 틈새 영역에 완전히 집중하게 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나게 크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중간에서 어정쩡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익원이었던 리서치와 컨퍼런스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특히 초기에 적잖은 수익을 안겨줬던 컨퍼런스는 이후 참여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수익이 떨어졌다고 외신들이 분석했다.
기가옴 편집국의 핵심 인력이었던 잉그램은 특히 리서치와 이벤트 사업 쪽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 영역 모두 기가옴 정도 되는 규모를 뒷받침할 정도로 수익을 내진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VC 자금 무리하게 유치…장기 전략 힘들었을 듯
하지만 기가옴의 갑작스런 몰락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벤처캐피털(VC) 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것도 문제란 얘기다.
기가옴은 지금까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총 2천230만 달러 가량을 조달했다. 지난 해 2월 트루 벤처스 등으로부터 800만 달러를 받은 것이 마지막 자금 조달이었다. 이 투자 당시 창업자인 옴 말릭은 기가옴을 그만두고 트루벤처스에 합류했다.
문제는 VC들은 철저하게 수익이란 잣대로만 접근한다는 점이다.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엔 길게 기다려주기보다는 곧바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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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엔진랜드 창업자인 대니 설리번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바로 이 부분이 기가옴의 최대 패착이었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트래픽이 많이 나오는 영역 대신 굵직한 이슈를 중시했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여기에다 옴 말릭이 트루벤처스가 합류하고 난 뒤 8개월 가량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공석이었던 점 역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