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MWC에서 던진 3가지 승부수

실패 인정-애플 정조준-자체 생태계 확대

일반입력 :2015/03/06 11:10    수정: 2015/03/07 18:26

이재운 기자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5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갤럭시S6 공개로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삼성전자의 ‘비장의 카드’는 3가지로 압축된다.

‘쿨하게’ 실패 인정…변화를 외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선보인 전략 기종에 적용한 후면 디자인을 포기했다. 이 같은 반응은 삼성전자가 하락세를 반등시키기 위한 승부수이자 몸부림의 결과로 나타났다. ‘대일밴드’ 같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은 점을 의식한 움직임이다.

단순히 디자인 하나 때문에 판매량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아니겠지만, 삼성전자는 디자인 역량 부족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일체형 배터리, 추가 저장공간 단자 제거 등 기존 제품의 특징을 버리면서까지 새로운 디자인에 주력했다.

또 이를 위해 디자인 관련 인력을 대거 교체하고 이돈태 前 탠저린 대표를 영입하는 등 조직 내부에도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일단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증권가는 10% 이상 상향된 갤럭시S6의 판매량 전망치를 내놓고 있고, 외신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전작과는 다른 시장 반응은 삼성전자가 ‘초심’으로 돌아가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 주목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발언이 신종균 삼성전자 IM사업부장 사장의 말이다.

“나의 모국어(First Language)는 ‘엔지니어링’이다”

애플 정면 조준…“앞으로도 비교 마케팅 지속”

삼성전자는 그 동안 최대 경쟁사인 애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왔다. 지난 언팩 행사에서도 삼성페이을 언급하면서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품전략 담당 부사장은 “NFC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만 지원하는 애플페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이어진 카메라 성능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달랐다. 애플 아이폰과 직접 비교를 한 것. 특히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 기능 탑재를 강조했던 아이폰6 플러스와 직접 비교를 통해 티저 이미지에서 예고했던 어두운 공간에서의 선명한 사진 촬영 성능을 입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언팩 행사 사회를 맡은 이영희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아이폰6의 '벤드 게이트'를 언급하며 갤럭시S6는 휘어지지 않는 다는 위트 있는 멘트를 던지기도 했다.

경쟁사 제품을 직접 언급하는 비교 마케팅은 주로 후발주자들이 취하는 전략이다. 그 동안 삼성전자는 휴대폰 시장 1위 업체로서 타 업체를 직접 언급하는 것을 피해왔다. 하지만 1위 자리가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서 정면 승부를 던진 셈이다.

UI(사용자 환경) 개선 이어 자체 생태계 확대 노림수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S6 언팩 행사에서 보스턴대학교 교수였던 이현율 상무를 무대에 세웠다. 이 상무는 사용자 환경(UI)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의 UI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그를 지난해 말 영입했다.

그의 첫 작품은 ‘빨라진 반응속도’다. 그 동안 안드로이드 제품의 단점 중 하나로 지적돼 온 부분이다. 그의 손을 거친 갤럭시S6는 카메라 기능을 0.7초만에 실행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을 이뤄냈다. 또 배터리 충전속도도 크게 높여 ‘10분 충전으로 4시간 사용’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자체 생태계 확대 의지의 방점은 ‘타이젠’ 운영체제(OS)에 있다. 비록 여러 차례 연기되며 사업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 출시로 다시 불씨를 지폈다. MWC2015 부스에도 타이젠 스마트폰 ‘Z1’은 화제를 끌었다.

타이젠 생태계의 확대는 삼성전자가 더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UX)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기기와 OS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면 애플과 같이 더 빠른 반응속도와 효율적인 성능 제공이 가능하다. 이같은 경우 같은 부품으로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 만족도 증가와 회사의 수익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이젠 생태계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 점유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약화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닐 모스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수석연구원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수익성 취약은 구글로 하여금 하드웨어 협력사에 대한 우려를 키우게 하고 있다”며 “삼성이나 화웨이 같은 주요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충분한 이익을 안드로이드 생태계로부터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들이 마이크로소프트나 타이젠, 파이어폭스 등 대안 생태계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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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페이 인수를 통해 범용성을 확보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의 등장은 향후 가장 주목할 만한 삼성전자의 행보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가장 큰 도전은 에코 시스템 형성이라며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분야지만, 이번 언팩 행사에서 모바일 결제와 UI개선을 통해 의미있는 변화 제시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