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의 아이핀이 털렸다. 불법으로 생성된 부정 아이핀은 기존 게임 이용자의 정보 수정 등에 사용되면서 추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확인된 가장 큰 피해는 부정 아이핀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기존 게임 이용자의 계정이 블록됐다는 점이다. 이용자와 게임사는 행자부의 아이핀 관리 소홀을 맹비난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역정보개발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공공 아이핀 시스템에서 75만개의 아이핀이 부정 발급됐다고 5일 밝혔다.이번에 부정 발급된 75만 개 중 12만개가 인기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 엑스엘게임즈, 블리자드에서 신규회원가입이나 기존 이용자 계정 수정과 변경에 이용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행자부 측의 설명이다.
이번 부정 아이핀 사건에 노출된 각 게임사는 관련 내용을 통보 받고 긴급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긴급 조치에는 실제 부정 아이핀을 사용하지 않은 이용자의 계정을 블록하는 내용도 포함했다고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 것이다.
게임사의 입장에선 행자부가 제공한 부정 아이핀 자료를 토대로 의심되는 계정을 블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부정 아이핀으로 가입한 신규 이용자는 약 1만개 이하 수준으로 확인됐다. 엑스엘게임즈와 블리자드의 경우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기존 게임 이용자의 정보 수정에 부정 아이핀이 동원됐다고 전해졌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행자부의 부정 아이핀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긴급 조치를 마무리 했다. 기존 이용자의 계정을 블록하는 조치도 함께 진행했다”며 “현재 계정 블록을 풀어달라는 민원을 처리해주기도 급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정부가 왜 아이핀이 안전하다고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용자 계정 블록에 따른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계정 블록은 게임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록된 계정을 풀기 위해선 하루 이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 행자부의 아이핀 관리 소홀이 이용자와 게임사간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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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일부 게임사는 계정 블록에 따른 별도 보상을 제공해야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부정 아이핀 사건은 더욱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IT 강국으로 부르면 안 된다. 외국 게임사 관계자들이 부정 아이핀 관련 내용을 묻고 있지만, 어떤 대답도 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행자부는 이번 부정 아이핀 사고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