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은 명실상부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의 강자다. 퀄컴의 AP 시장 점유율은 경쟁사들에게는 넘볼 수 없는 벽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올해 들어 퀄컴의 아성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 천하에 도전장을 낸 대표주자는 대만 팹리스인 미디어텍이다. 미디어텍은 퀄컴에 이어 시장 2위 업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현지 업체들이 세를 불려가면서 미디어텍도 함께 성장했다. 미디어텍은 이제 대만, 중국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행보도 예의주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미디어텍과는 달리 종합반도체 업체로 설계, 공정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사업부는 다르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 1위 업체다. 내부 사업부간 공조 체계를 갖추기에 이점이 충분하다.
■퀄컴, 모바일 AP시장 절반 차지…'퀄컴 천하'
퀄컴은 스마트폰 시장으로 넘어온 이후 AP 시장에서 단 한번도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 샤오미까지 모두 퀄컴의 고객사다. AP 분야에서는 애플을 제외하고는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들이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을 사용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기준으로 퀄컴의 AP 시장 점유율이 출하량 기준 40%, 매출 기준으로는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2위인 대만 미디어텍의 점유율이 출하량 기준으로 2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격차도 꽤 크다.
시장 상황만 놓고 본다면 퀄컴은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스마트폰용 AP 시장을 공략하다가 실패한 업체들도 부지기수다.
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에릭슨, 엔비디아, 프리스케일 등이 스마트폰용 AP시장을 공략했지만 실패했다. 반도체 업계 1위 인텔도 스마트폰 AP 시장에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점유율은 여전히 1%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미디어텍, 퀄컴 아성에 도전장
그러나 최근 상황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가격 인하 압박도 거세다. 지난해 말 터진 스냅드래곤810 발열 논란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텍은 중국 시장을 넘어서 세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미디어텍의 공략 대상은 미국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다.
미디어텍은 지난해 퀄컴 본사가 있는 미국 샌디에고에 사무실을 열었다. 칭 지앙 셰 미디어텍 사장은 최근 씨넷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사업을 하고 싶다면 북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미디어텍은 미국 외에도 인도, 핀란드에 지사를 설립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중저가 시장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스마트폰 업체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 레노버에 팔렸지만 모토로라도 중저가 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디어텍은 성장률 측면에서 퀄컴을 넘어선다. 미디어텍은 범중화권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확산해 왔다. 출하량 기준 2013년 1분기 14.8%에 머물렀던 점유율은 1년만에 24.5%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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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탈퀄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캣9, 3밴드 LTE-A를 지원하는 모뎀칩도 퀄컴보다 먼저 내놓았다. 시스템LSI사업부도 자신감이 붙었다. 올해는 퀄컴에 앞서 출시한 옥타코어 AP 안정화에 따라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AP로 프리미엄 시장에 승부를 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저가 중심의 AP 전략이었다면 올해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세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