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메일용량 무제한? 공짜는 없다

G메일서 아웃룩으로 바꾼 임민철 기자의 경험담

일반입력 :2015/01/13 06:00    수정: 2015/01/13 07:57

구글 G메일 대항마라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웃룩닷컴'은 표면적으로 무제한 용량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최대 용량이 15기가바이트(GB) 정도인 G메일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아웃룩닷컴에 원하는 메시지를 마음껏 저장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상에는 공짜란 없다.

기자는 최근 아웃룩닷컴에서 메일 가져오기 기능이 멈춰버리는 경험을 했다. 휴가에서 돌아온 취재원들이 메일을 많이 보내기 시작한 지난주 금요일부터 POP3 방식으로 메시지를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 2일 가량 지속됐다. 수십 메가바이트(MB) 분 용량의 업무용 메일이 계속 회사 서버에 쌓였다.

(안내를 확인한 시점에서 몇 분 전 시각을 표시해주며) 메시지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문제를 곧 해결하겠습니다.

MS 아웃룩닷컴 쪽에선 이렇게 메일 계정 설정 항목에서 POP3 방식의 가져오기 기능이 정상 작동되지 않는다고 알려 주는 문구 외에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한국MS 고객지원 트위터에 문의하자, 지원 범위가 아니라 안내가 어렵다며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으라는 답변(☞링크)이 돌아왔다.

MS 사용자 커뮤니티에선 관련 문구에 대해 직접적인 설명을 얻지 못했다. 기자는 자체 해결에 나섰다. 일단 메일을 5천 건쯤 지우자, 하루만에 정상화됐다. 원인도 잠정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오류는 급격한 사용량 증가에 따른 '메일 저장공간 부족' 때문으로 파악됐다. G메일보다도 빨리 메일 저장공간 고갈 문제(☞관련기사)가 터진 셈이다. 아웃룩닷컴 사용자 역시 수신함 고갈에 대비해 메시지를 선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아웃룩닷컴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무제한 용량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G메일처럼 최대 용량을 조금씩 늘려 주는 방식이다. G메일은 사용자에게 현재 최대 용량과 남은 저장 공간을 알려 주는 반면, 아웃룩닷컴은 그걸 명시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게 차이점이다.

2년전쯤 MS 사용자 커뮤니티에 한국어로 올라온 아웃룩닷컴 서비스 관련 질의응답(☞링크)을 참조하면, 당시 아웃룩닷컴은 사용자에게 기본 용량 5GB를 주고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할 때 수신함을 자동으로 늘려 줬다. 그래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사용 용량 증가에 따른 문제를 피하긴 어려웠다.

MS 아웃룩닷컴 서비스가 2년간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았다면, 기본 제공되는 메일 저장공간이 더 늘어났거나, 최소한 이전보다 더 빠르게 메일 수신함 사용량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G메일 기본 제공 용량을 넘어선 메시지들을 아웃룩닷컴에 모두 무사히 옮겼다는 점에서, 아웃룩닷컴의 용량 증가 속도는 체감상 적어도 G메일보다 빠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자는 2014년 말까지 G메일 무료 계정을 애용했다. 2004년 비공개 서비스 시작 당시 G메일 수신함 용량은 1GB였다. 저장공간은 이후 2012년말쯤 10GB로 늘었고, 서비스 시작한지 11년이 지난 현재 15GB 정도가 됐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G메일 최대 용량이 느는 속도보다, 메시지가 저장공간을 잡아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2011년 이후 새 메시지를 못 받을 정도로 수신함이 가득 차는 빈도가 늘었다. 나중에 필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업무와 개인 용도로 주고받은 메시지를 웬만하면 지우지 않는 습관 탓이었다.

특히 저장공간을 빨리 소진시킨 주범은 MS오피스, 아래아한글 파일 등이 첨부된 보도자료였다. 담당 취재분야 아이템과 관련된 기업이나 기관, 즉 '출입처'에서 쏟아지는 보도자료가 흔히 워드 프로그램 문서로 첨부돼 있었다. 기사용 이미지를 첨부한 경우가 많아, 수신함 용량은 점점 더 빨리 고갈됐다.

메일 종류에 따른 편차를 무시하고 평균만 따졌을 때 G메일에 쌓이는 메시지 1건당 용량은 대략 0.5메가바이트(MB) 정도다. G메일 수신함에서 2MB 이상의 용량을 차지하는 오래된 메일을 몇 번 정리한 작년말 기준이 그렇다. 예전엔 0.7~0.8MB에 달할 정도로 컸다.

G메일 저장용량이 빠르게 고갈되는 것에 지친 기자는 무제한 용량을 제공한다는 아웃룩닷컴으로 갈아타기로 결심했다. 공짜 무제한 계정 욕심에 13~14GB 크기의 메시지 4~5만건을 장장 4개월에 걸쳐 수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실제로 아웃룩닷컴은 기존 G메일에 쌓인 메일 수만건을 너끈히 소화했다. G메일과 꽤 다르게 돌아가는 메일 검색 방식이나 제한적인 필터 기능을 제외하면, 처음 1개월간은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아웃룩닷컴 저장공간 역시 덮어놓고 무제한이 아니라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갑자기 저장공간을 다 써버리면 현재 용량을 보여 주는 G메일 쪽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장공간을 직접 확인하고 문제가 되기 전에 사용자가 직접 요금을 내고 메일 저장용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G메일 저장용량을 늘리려면 월간 일정비용을 내면 된다. 월 2달러를 내면 메일 수신함 크기가 100GB로 늘어나고, 10달러를 내면 1테라바이트(TB)로 커진다. 이 용량을 쓰게 되면 메일을 정리할 필요가 거의 없어진다.

아웃룩닷컴에서도 수신 기능을 멈추기 전에 사용자에게 안내를 해 준다. 회원 서비스 공지 메일 형태로 계정 사용 용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전 메일을 일부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수신함 정리를 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메일 저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까지 해 주진 않는다. 결국 저장공간이 소진되면 수신 기능이 일시 중단된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있다.

MS도 구글처럼 아웃룩닷컴 사용자들에게 수신함 용량 고갈시 유료 서비스를 통해 저장 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 중이다. 기존 유료 메일서비스였던 '핫메일플러스'를 대신해 내놓은 '광고 없는 아웃룩닷컴' 서비스(☞링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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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광고 없는 아웃룩닷컴 서비스가 G메일보다 저렴한 연간 20달러(약 2만원)에 즉각 확장된 용량과 광고 제거 화면으로 아웃룩닷컴을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MS 사용자커뮤니티의 관련 질의응답(☞링크)에 따르면 이 유료 서비스를 통해 수신함 용량을 즉각 확장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사용자들에게는 신청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지 않고 오류를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MS 사용자 커뮤티니의 관련 질의응답(☞링크)에 따르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결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아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