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이 '외산폰의 무덤' 바꾼다고?

판매량 증가 미미…자급제폰 증가 긍정 요인

일반입력 :2014/12/17 06:00    수정: 2014/12/17 17:43

정현정 기자

지난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예상됐던 ‘외산폰의 공습’이 현실화 되지 않은 모습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업체에 유리한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고 공기계 형태의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외산 스마트폰들도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단통법 시행 이후 전체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한 일부 외산폰 모델이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얻으면서 ‘외산폰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유통구조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화웨이 ‘X3’ 판매량은 833대(10월)와 1천334대(11월)를 기록했다. X3의 경우 LG유플러스에서만 출시된 외산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천여대가 넘는 판매량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애플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본격적으로 출시가 시작된 11월 한 달 동안 각각 31만6천대와 9만9천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휴대폰 판매량이 30%이상 감소한 가운데 아이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11월 전체 휴대폰 시장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소니는 ‘엑스페리아Z3’와 ‘엑스페리아Z3 콤팩트’를 출시한 10월 이후 자급제 채널을 통한 판매량이 6배 성장하면서 전작인 엑스페리아Z2 보다 소폭 판매량이 성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단통법 시행으로 인한 수혜라고만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통법 시행과 신제품 출시 시기가 맞물리면서 판매량 증가 요인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한 데다 국내 제조사들의 판매량 급감으로 인한 반짝 반사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유통 구조에서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제조사들의 판매량이 워낙 급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인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는게 자체 평가라면서 특히 스마트폰 시장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단통법 시행이 외산폰 업체에도 호재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과 비교해 직영점, 온라인쇼핑몰, 체험샵 등 자급제 채널을 통한 수요가 살아났다는 점은 단통법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자급제로 공급되는 단말기도 기존 보조금에 준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외산폰들도 국내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좀 더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단말기가 이통3사를 통해 판매되는 사실상의 유통 독점 구조 하에서 국내 이통사들이 지급하는 보조금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었던 외산폰들은 주로 자급제 단말기로 공기계를 판매해왔다.

예를 들어, 소니 엑스페리아Z3의 경우 기존에는 자급제로 구매할 경우 별도의 요금할인이 없었지만 현재는 약정할인과 선택할인 두 가지 할인이 동시에 적용되서 8만원짜리 요금제를 쓴다고 가정할 경우 한 달의 6천원 정도를 할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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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코리아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자급제 채널의 판매량 증가로 수요 감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융연 애틀러스리서치 연구원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외산폰 판매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단통법의 수혜를 입었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다만 단통법이 시행되고 전체적인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가격 때문에 국내 스마트폰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출고가가 낮은 외산폰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