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초강수에 화들짝 놀란 스페인 신문발행인협회(AEDE)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철수 선언을 한 구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서치엔진랜드 등 주요 외신들은 15일(현지 시각) 구글의 스페인 뉴스 시장 철수 선언 이후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철수 선언 직후 저작권 법 통과를 사실상 주도했던 AEDE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스페인 정부 역시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묘안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AEDE의 바램과 달리 스페인 정부는 구글과 본격적인 접촉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페인 문화부 관계자는 “구글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 11일 시장 철수 선언 직전”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스페인 뉴스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는 접촉한 적 없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설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연내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구글세’를 없애려면 의회가 법을 무효로 만들어야 하는 데 연말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회가 소집돼 법을 처리하라면 최소한 수 주는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스페인 의회가 소집된다고 하더라도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구글세’를 규정한 법을 제정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무효로 만드는 것도 명분이 없다. 이래 저래 상황이 묘하게 꼬이고 있는 셈이다.
■ 유예조항 있는 獨과 달리 스페인 법과 강경 일변도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페인 의회는 법을 하나 통과시켰다. 서드파티 검색 엔진이나 콘텐츠 수집 사이트에 제목이 걸릴 때마다 서비스 운영업체가 해당 언론사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규정이었다. 어길 경우 75만 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스페인의 새 법은 구체적으로 구글이라고 명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법은 사실상 구글을 겨냥한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구글이 반발한 것도 이 부분 때문이다. “구글 뉴스 서비스로 수익을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는 데 저작권료까지 내면서 사업을 할 순 없다”는 게 철수 명분이다. 구글은 새 법 시행 보름 전인 16일부터 서비스를 접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이 초강경 자세로 나오는 덴 다 이유가 있다. 스페인에서 밀릴 경우 자칫하면 유럽 전역에서 비슷한 법이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치엔진랜드는 “스페인이 성공할 경우 유럽 나머지 국가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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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되는 건 오히려 AEDE와 스페인 정부다. 구글이 강하게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퇴로도 없이 밀어부치다가 곧바로 꼬리를 내린 격이 됐기 때문이다.
독일의 인접저작권법과 달리 스페인이 새롭게 만든 저작권법은 초강경 규정을 담고 있다. 검색엔진에 링크될 경우 해당 언론사가 관련 저작권료를 포기할 수도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강경 일변도 전략 때문에 스페인 전체가 ‘구글 뉴스 충격’에 빠지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