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번엔 '잊힐 권리'로 구글 압박

닷컴 도메인에도 적용 요구…공인 가이드라인 제시

일반입력 :2014/12/02 15:24    수정: 2014/12/02 16:0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잊힐 권리를 둘러싼 공방이 유럽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럽 쪽에선 닷컴 도메인까지 전부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구글 등은 유럽 지역 도메인에만 적용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정책 자문조직인 아티클29 워킹파티(WP29)가 ‘잊힐 권리’ 실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테크크런치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 공간에 올라와 있는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한 스페인 남성이 제기한 소송에서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은 검색에서 ‘잊힐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결하면서 이슈가 됐다.

이후 구글은 17만 건 이상의 삭제 요구를 받은 뒤 40% 가량 삭제했다.

■ 개인 보호-공적 관심 조화 기준도 제시

WP29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삭제 범위'다. 잊힐 권리에 따라서 삭제 요청을 할 경우 .fr 같은 개별 국가 도메인이나 .eu 같은 EU 도메인 뿐 아니라 닷컴 도메인까지 모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구글은 잊힐 권리에 따라 삭제 요청을 할 경우 유럽 지역 도메인에만 적용해 왔다. 닷컴 도메인은 유럽 지역에선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유럽의 대표적인 정책 자문기구인 WP29가 닷컴 도메인 문제를 직접 들고 나옴에 따라 구글도 그냥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은 이번 조치에 대해 공식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고 테크크런치가 전했다.

검색 결과 삭제와 공적인 관심을 잘 조화하는 문제도 또 다른 이슈로 떠올랐다. WP29는 일단 공적인 가치가 문제가 된 데이터보다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엔 검색 결과에서 삭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WP29는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공적인 생활'의 구체적인 유형도 정의했다.

WP29는 공인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일반적으로 미디어에 어느 정도 노출되는 개인들은 공인으로 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정치인을 비롯해 고위 공무원, 비즈니스맨, 전문직 종사자 등은 공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WP29 가이드라인은 규정했다.

■ 특정인이 삭제 요구한 사실 알 수 없어야

WP29는 구글의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구글은 ‘잊힐 권리’ 요청에 따라 삭제를 할 경우 맨 밑에 신청자 이름과 함께 삭제한 이유를 명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WP29는 구글이 신청인의 이름을 아랫 부분에 명기하는 것은 데이터 보호 규정에 따른 법적 요구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다면서 특정인이 삭제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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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제외할 경우 해당 사이트 웹마스터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고 있는 관행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럴 경우 해당 회사가 콘텐츠 검열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WP29는 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검색엔진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검색 결과에서 제외하는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