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전략물자 수출통제 완화 효과 있다? 없다?

완화 항목 애매모호...되레 "대기업 역수출에나 도움"

일반입력 :2014/12/11 15:12

손경호 기자

암호화 알고리즘, 보안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 보안 장비, 서버 등에 대한 수출규제가 완화되지만 정작 관련 업계에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완화되는 품목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지 애매모호한데다가 기존 보안 장비, 솔루션을 수출하는 기업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산 네트워크 스위치를 수입해 박스형태로 조립한 뒤 해외에 역수출하는 일부 대기업들에게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에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시 국내서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했던 '수출통제 품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이 우리나라 주도로 바세나르체제(WA) 총회에서 통과했다고 밝혔다.

WA 체제는 핵무기 등 재래식 무기와 관련 물품, 기술이 특정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구성됐다. 현재 4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 체제는 군용 물품을 포함해 전자, 컴퓨터, 정보통신 등 9개 산업분야를 '전략물자'로 지정해 수출시 관계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수출 기업들 입장에서는 제때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번거로운 절차로 작용해 왔다.

국제 수출 규제안을 다루는 WA 체제에서 수출통제가 완화됐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나 해석이 모호한 조항들로 이뤄져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 통과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는 암호화 기능이 포함된 제품이 정보 저장 및 전달이 아닌 제품의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 수출허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은 암호화 기능을 쓰는 탓에 전략물자로 규정된 수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기능이 작동, 관리, 유지점검(Operation, Administration, Maintenance, OPA) 등 직접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별도로 수출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관리시스템(Network Management System, NMS)처럼 내부 네트워크 자원 관리용도로만 활용되거나 데이터 자체를 암호화하지 않는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산자부 무역과 정해진 사무관은 국내 네트워크 장비 회사나 외산 제품을 수입한 뒤 박스 형태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입장이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회사 관계자는 정보보안형 네트워크 장비라는 이름 자체가 모호한데다가 보안 장비를 말하는 것인지, 네트워크 장비를 말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도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정안으로 인해 기업들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만한 장점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체 글로벌사업팀 담당자 역시 수출 통제가 완화되는 품목이 검증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외산 제품을 구매해 OEM 형태로 조립해 수출하는 경우는 왜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출 판로가 크게 개선되거나 그런 효과는 없다며 보다 구체적인 품목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안 업계에서도 반응은 다르지 않다. 국내 네트워크 보안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암호화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수출할 때는 전략물자관리원으로부터 수출이 이뤄지기 2주~3주 전에 전략물자가 맞는지에 대한 여부와 함께 수출 승인을 위한 사전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신 꾸준히 자가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수출 뒤 일주일 내에 사후승인을 받는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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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새로운 수출통제 개정안이 보안 쪽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가상사설망(VPN)과 같이 암호화 기능이나 SSL, IPsec과 같은 암호화 통신 프로토콜이 적용됐을 경우에는 여전히 전략물자로 규정돼 관리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 역시 해당사항이 없다. 기존 제도에서 크게 규제가 완화되는 효과는 없다는 설명이다.

전략물자관리원 판정심사팀 관계자는 요즘에는 보안기능이 없는 전자수출 품목이 없다며 이런 취지로 개정안이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출통제가 완화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더 명확한 판정기준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