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서 ‘스타트업’으로 바뀐 창업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여러 과제도 산재한다. 해법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창업 공모전의 경쟁률이 평균적으로 15대1, 일부 경우에는 수백대 1의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주관으로 열린 ‘2014 C-Lab 벤처창업 공모전’에는 3천700여건의 창업 아이디어가 몰리며 180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LG전자가 주최한 참신한 제품 아이디어의 실제 제품화를 돕는 ‘아이디어 LG’ 공모전에도 5천건 이상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밖에 정부나 관련 협단체, 대기업 등이 주최하는 창업 공모전도 평균 14대1~18대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뜨거운 열기, '닷컴 시대' 못지 않다
주요 관계자들은 “창업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생각 보다 훨씬 많다”고 전한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가 점차 다양화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모바일 플랫폼의 부상과 3D프린터의 보급이 촉진되면서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창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이미 2000년대 초반 '닷컴'으로 대표되는 벤처 열풍부터 발달한 벤처투자자(VC)의 활성화 노력 등이 더해져 창업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설명이다.
흔히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바로 초기 자본금 마련이다. 사무실 임대비용과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비용, 초기 임직원에 대한 인건비 부담 등 여러 방면에서 지출되는 비용을 고려하다 보면 창업이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또 제품화에 성공한다 해도 향후 마케팅이나 영업 활동도 걱정거리다.
결국 공모전 경쟁률이 10대1을 넘어가는 치열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공모전 수상팀에 대한 각종 금전적-비금전적 지원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창업 경험자들은 말한다.
특히 삼성이 주관한 공모전의 경우 ▲전문가의 1:1 멘토링 ▲시제품 제작, 테스트용 C-Lab 공간과 설비 제공 ▲삼성벤처투자를 통한 투자자 연결 ▲사업화 가능성에 따른 추가 투자 등 1회성 자금 지원을 탈피한 체계적인 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지원책을 갖추고 있어 경쟁률이 더 치열했을 것이란 해석이 삼성과 창업 경험자들의 분석이다.
■창업 공모전 과열 속 '먹튀' 부작용도...대책 마련 필요
이에 따라 창업 공모전이 창업 초기 여러 어려움을 겪는 기업가에게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제품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공모전 위주의 창업 열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뷰티 관련 스타트업 위시컴퍼니의 백아람 이사는 “아이템이 좋은 업체는 별도로 투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아이템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업체일수록 외부 투자금 유치에 더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칫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러 창업 경험자들에 따르면 공모전이나 정부 지원 과제 선정 등에 있어서 여러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전의 경우 같은 아이디어와 제안서를 들고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해 상금만 챙긴 뒤 사업은 포기하고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취업에 ‘스펙’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대기업들이 ‘도전 정신’을 주요 키워드로 꼽으면서 창업 공모전 수상경력을 이력서에 추가하는 데만 급급한 지원자들도 있다는 지적이다.
화두로 한참 떠올랐던 사회적 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과 정부의 돈이 몰리면서 이를 노린 엉터리 기업가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이에 따라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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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과제의 경우 특정 학연이나 지연에 따라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지원대상을 선정한다는 의혹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S대 A학과, 이런 식으로 특정 분야를 쥐고 있는 세력이 ‘마피아’ 처럼 정부 지원과제를 독식하고 그 예산으로 먹고 사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