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터넷 주도권, 美서 中으로 바뀌나

ITU 훌린 짜오 사무총장 선출…인터넷 권력 亞로

일반입력 :2014/10/22 17:03    수정: 2014/10/23 12:01

미국 주도의 인터넷 세계질서에서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급 부상하고 있다. 부산 ITU전권회의에서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사무총장에 중국측 후보가 선출되면서, 인터넷 패권경쟁의 중심축이 미국과 중국, 양강구도로 급격히 재편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ITU 전권회의에서는 23일 향후 4년동안 ITU를 이끌어갈 차기 사무총장으로 중국인인 훌린 짜오 ITU 사무차장을 선출했다.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해 앞으로 최장 8년동안 훌린 짜오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ITU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훌린 짜오는 과거 30여년동안 ITU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ITU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정책과 표준화 등을 주도하는 ICT 분야의 최고 수장으로, 최근들어 ICT 산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경제가 확대되면서 그 위상이나 역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 세계질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ITU전권회의에서 '빅2'중에 하나인 중국의 급부상은 최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 주도의 인터넷 거버넌스 정책이 점차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인이 ITU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다는 상징성까지 더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ITU 전권회의가 개막 3일재를 맞아 본격적인 논쟁의 장으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국 진영과 이에 대항하는 중국과 나머지 세력간에 헤게모니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잘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관리‧감독 권한 이양 문제다. 미국 정부는 자국 민간 기구로 운영되는 ICANN의 권한을 내년 9월까지 국제다자기구연합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추진중에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 같은 의도와 달리 중국 등 반대진영에서는 UN 산하의 별도 기구를 만들어 인터넷 공공정책과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 개인정보보호 등을 국제기구에서 관리‧감독하자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2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ITU-전기통신세계회의(WCIT-12)에서는 ITU의 관할 범위를 통신 뿐만 아니라 인터넷까지 포함시키자는 중국과 이를 반대한 미국진영간에 큰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인터넷 헤게모니를 확보하기 위한 이같은 미-중 양국간 갈등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전 세계 ICT 정책 당국자들도 최근의 인터넷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ICANN의 권한 이양을 놓고 중국, 러시아, 중동 국가들이 UN 산하에서 관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고, 미국은 국제적인 틀에서 다자기구를 만들자고 한다”며 “이는 인터넷 거버넌스의 지배력을 다자기구로 이어가려는 미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입장이 부딪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UN체제에서는 모든 국가에게 동등한 발언권‧투표권 등이 부여되지만 국제다자기구에서는 특정 국가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일례로, UN 산하조직인 ITU의 경우 운영분담금 등 특정 국가의 영향력에 상관없이 투표권 등의 권리에서 모든 국가에 똑같이 1표씩 주어진다. 즉, 특정 국가가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구조다.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새로운 인터넷 세계질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ICT 거너넌스를 총괄하는 ITU 사무총장에 중국인이 기용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ITU 사무총장 기용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인터넷 질서에 반기를 든 국가들을 확대할 경우, 그동안 30여년 넘게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인터넷 중심축이 급격히 중국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최국인 우리나라도 ITU 고위선출직인 표준화총국장(ITU-T)에 출사표를 낸 상황이어서, 향후 세계 인터넷 질서의 힘의 균형이 미국과 유럽 진영에서 아시아로 넘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표준화총국장에 한국을 포함해 세 나라가 경합 중이지만, 한국이 당선될 경우 향후 ICT 표준화정책에서 아시아권 국가의 입김이 보다 세질 것”이라며 “미국이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우수한 ICT 경쟁력을 지닌 한국에 위협을 느끼고 있어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ITU표준화 총국장에는 카이스트 IT융합연구소 이재섭 박사가 한국대표로 출마했으며 터키, 튀니지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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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총국장은 이동통신, IPTV, 정보보안, RFID 등 글로벌 ICT 표준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인터넷 거버넌스 이슈에 있어서도 ICT 산업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미래부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ICT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특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표준화총국장 진출은 국내 ICT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표준화총국장 및 ITU 이사국 7선 도전은 그동안 한국의 ICT 강국 위상과 기여도 등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