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애플의 수장은 자신 있게 “아이패드 사용자의 만족도는 이 정도”라고 소개했다. 무려 2억대 이상 아이패드를 판매한 애플은 그러나 더 얇아진 아이패드 에어2에 대한 환호성에도 마냥 즐거워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사옥에서 가진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패드 에어2를 공개하며 “아이패드는 현재까지 2억2천500만대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아이패드의 인기는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쿡 CEO는 지난 3분기에 세계 1위 PC 출하량을 기록한 레노버의 PC 출하량보다도 아이패드 출하량이 더 높았다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속된 말로 도저히 넘 볼 수 없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수준이다.
■너무 잘해서 문제? 시장 자체도 문제
하지만 애플의 딜레마는 바로 이러한 높은 수준을 달성한 탓에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한다. 전분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하락하면 어떻게든 해명자료를 내놓으며 투자자와 전문가를 달래야 한다.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처음 출시하며 태블릿 시장을 이끌던 시절에는 이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애플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경쟁자들은 생태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팀 쿡이 이끄는 현 시점은 맞이한 경쟁 국면이 다르다.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과 태블릿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 개척은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지난달 ‘더 커진’ 화면을 가진 패블릿 스마트폰과 막 시장이 열리는 웨어러블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태블릿이다. 태블릿 시장은 침체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물려주기’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100%라는 만족도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달리 주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특성상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얽매이지 않는다. 과거 같으면 보급형 제품으로 확장돼야 할 수요가 중고 제품으로 쏠린다. 게다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형제품의 가격이 인하되면서 신제품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태블릿 시장은 2억2천90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11% 상승하는 수치이지만, 이전 연도 연간 성장률이 55%였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가트너가 꼽은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긴 교체주기’다.
애플은 이러한 고민 때문에 아이패드 에어2에 들어갈 프로세서를 아이폰6 보다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A8X라는 별도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에서 고성능에 대한 수요는 점차 제한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은 큰 의미를 가지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아이폰6 플러스 탓에 아이패드 미니 미래 불투명
무려 5.5인치 크기를 가진 아이폰6 플러스가 공개되자마자 전문가들은 아이패드 미니의 안부를 걱정했다. 스티브 잡스가 누누히 강조했던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유훈을 어기면서 까지 등장한 아이폰6 플러스는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위 미래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날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3를 설명하는데 투자한 시간은 30초가 채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쿡 CEO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아 ‘찬 밥’ 신세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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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장에서는 7인치대 태블릿이 5인치 중후반 이상 크기의 패블릿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아이패드 미니3는 전작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단지 지문인식 기능만 추가됐을 뿐이다.
아이패드는 물론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았다. 문제는 4년 전 처음 출시된 아이패드보다 두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도, 이 두꺼운 아이패드는 여전히 사용된다. 오죽하면 애플은 3년 전 출시한 아이패드2 단종을 여러 차례 연기해야 했다. 판매 단위가 큰 교육현장에서도 여전히 구형제품이 인기다. '아이패드 딜레마'가 깊어져만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