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프로슈머를 위한 풀프레임 DSLR

니콘 D750 리뷰

일반입력 :2014/10/02 11:17

권봉석

니콘 D750(이하 D750)은 니콘 FX포맷(35.9×24mm) 센서를 단 2천432만 화소 DSLR 카메라다. 상용 감도는 ISO 100부터 ISO 12800까지 지원하며 ISO 51200 상당까지 확장 가능하다. 초당 연사 속도는 FX·DX포맷 모두 최대 6.5장이다. 렌즈는 니콘 F마운트 렌즈를 비롯해 탐론·토키나 등 호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CMOS 센서 이외에 휘도나 하이라이트, 사람 얼굴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센서를 따로 달아 보다 정확하게 초점을 맞춘다. 저장장치는 SDXC 카드를 두 개 동시에 꽂아 쓸 수 있고 고속 전송 규격인 UHS-I를 따랐다. LCD 모니터는 3.2인치이며 위아래로 최대 90도까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SD카드와 배터리를 끼우고 캡을 뺐을 때 무게는 840g이다. 메모리카드와 렌즈를 제외한 본체 가격은 238만원.

FX센서 DSLR중 최초로 틸트 LCD 모니터 달아

크롭 센서를 단 보급형 DSLR이 아니라 풀프레임급 센서를 단 중형 DSLR은 부피와 무게가 만만찮다. 무리하게 한 손으로 들고 찍으려다가는 손목을 다칠수도 있다. 물론 D750 역시 중형이지만 손으로 잡았을 때는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바디 무게가 약 840g인데 같은 FX 센서를 단 D810(980g)과 비교해도 140g이나 가볍다. 본체 윗면과 뒷면은 마그네슘 합금으로 둘러싸고 앞쪽은 탄소섬유 소재로 만들어 강도는 높이면서 무게를 줄였다. 실제로 손에 쥐고 있을 때 피로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립도 깊어 손으로 잡았을 때 확실히 손아귀 안에 들어온다.

조작 계통이나 버튼 배열은 D810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3.2인치 LCD 모니터는 위아래로 90도씩 보기 편한 각도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LCD 모니터가 움직이는 기능은 하위 기종인 D5300에도 들어갔지만 신뢰성을 중시하는 전문가용 카메라에는 쓰이지 않았다. 풀프레임 센서를 단 니콘 DSLR 중에서는 최초다. 세로 그립을 겸하는 전용 배터리팩인 MB-D16은 내장된 배터리를 들어내지 않아도 본체 아래 접속단자로 연결할 수 있다.

D810 따라잡는 고성능 사양

D750을 전작인 D700과 비교하면 FX 센서를 달고도 초점 영역은 51개로 큰 차이가 없다. 화소 수는 1천2백만 화소에서 2천4백만 화소로 두 배 가량 늘었다. 센서 크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화소 수가 두 배로 높아진 것인데 화상 처리 엔진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화질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보아도 좋다. 노출 보정 폭 역시 -5~+5로 D810과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특성은 동일하지만 D700과 비교하기 보다는 화소수가 줄어든 D810으로 보는 편이 맞다.

광학 로우패스필터를 아예 빼버린 D810과 달리 D750은 여전히 광학 로우패스필터를 유지하고 있다. 모아레나 간섭 현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선예도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극한의 디테일을 추구하지 않는 이상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내장된 셔터는 총 15만번 촬영이 가능하지만 셔터를 누를 때마다 들려오는 다소 가벼운 셔터소리는 귀에 거슬린다. 또 일본 출시 모델에 기본 탑재된 와이파이 모듈도 국내 출시 제품에서는 제외됐다.

SD카드 두 개에 동영상 동시 녹화

D750의 동영상 촬영 성능 역시 D810과 큰 차이가 없다. 1080/60p 촬영부터 영상이 붕 뜨거나 지나치게 밝지 않은지 확인하는데 널리 쓰이는 제브라 패턴 표시 기능(하이라이트 표시), 내장 스테레오 마이크와 ISO 감도 조절 등 모든 것이 동일하다. 저장매체는 CF(콤팩트플래시) 카드와 SD카드 조합에서 SD카드 두 개로 바뀌었다.

다만 256GB SDXC 카드 두 개를 마련해 동시에 꽂아도 최대 녹화 가능한 분량은 29분 59초까지다. 얼핏 보기에는 짧아 보일 수 있지만 영화 ‘올드보이’의 유명한 장도리 격투 장면도 3분이 채 안된다. 전체 분량을 컷 단위로 나눠 찍는 영화 특성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SD카드 슬롯이 두 개 달린 것은 저장 용량 확보보다는 오히려 촬영된 영상 백업에 중점을 두었다고 보는 것이 좋다.

결론 : 200만원대 합리적 풀 프레임…낮은 셔터스피드 아쉬움

현재 니콘 DSLR 카메라 중 풀프레임으로 나온 제품은 D4s, D810, D750, D610 등 네 종류다. 이 중 12개월 무이자 할부 등을 동원해 상당히 무리를 할 경우 살 수 있는 카메라는 D810(347만원), D750(229만원), D610(175만원) 등 세 모델이다(가격은 바디 기준). 가격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D810은 비싸고 D610은 모자란 소비자들을 겨냥한 모델이 D75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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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D810을 사려던 사람들이 D750으로 돌아설만한 가치가 있을까. 화소 수가 2천4백만으로 다소 적은 부분은 큰 문제가 아니다. 화상처리엔진도 동일하다. 광학식 로우패스필터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셔터 속도인데 가장 빠른 셔터 속도가 1/4000초로 고정되어 있다. 광량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풀프레임 센서를 달고도 보급형 DSLR과 셔터 속도가 같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나 숫자를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 시장 소비자에게는 이 사실만 가지고도 구매 의욕을 꺾는데 충분하다. 와이파이 기능이 빠진 것 역시 마찬가지다.

셔터 속도를 제외하면 다른 기능들은 모두 만족스럽다. 광량이 적은 곳에서도 잘 작동하는 오토포커스 시스템을 갖췄고 배터리 지속시간도 길다. 기존 풀프레임 DSLR 카메라보다 휴대하기도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D610 대신 D750을 고르는 것도 썩 현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50만원을 더 내면서까지 D750을 골라야 할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대에 걸맞는 셔터 속도가 아쉬운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