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와있는 대부분의 웨어러블 기기들은 저마다 고유의 기능이 강조돼 있다.
소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 탄생한 최고의 히트작으로 불리는 페블 스마트워치는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스마트폰으로 오는 전화나 문자 및 메시지 등을 받아볼 수 있게 해주고, 핏비트나 나아키 퓨얼밴드는 운동량 및 칼로리 소모량 체크를 체크한 뒤 PC나 스마트폰에서 동기화해주는 것을 주특기로 한다.
스마트폰을 통하여 전구를 켜고 끌 수 있는 스마트 전구도 마찬가지다. 안에 담겨 있는 음료 종류를 파악해 칼로리, 당분, 단백질 및 지방, 카페인 수치 등까지 10초면 알려주는 스마트 텀블러 역시 특정 기능이 강조되는 웨어러블 기기다.
전자기기에서 기능이 강조된 것은 매우 오래전의 일이다.
과거 음악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CD플레이어가 발전하면서 탑재된 안티쇼크(anti-shock) 기능이나 ESP(끊김 방지기능)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에서도 여전히 제공되는 DMB도 기능을 갖고 고객에게 어필하는 성격이다.
기능을 통해 사용자에게 어필하던 것이 한풀 꺾인 것은 보편성((Universality)이라는 특징을 가진 스마트폰이 보급이 확산되면서부터다.
스마트폰 시대, 우리는 모두 내가 누구인지 관계없이 동일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을 쓰면, 근본적으로 내것과 다른 사람 스마트폰이 다르지 않은 것이다. 기능적인 차별점이 예전처럼 폭넓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매우 특별한 나만의 스마트폰은 어떤 앱을 설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이처럼 기능 중심의 소구나 보편성에 입각한 제품들이 성장하면서 STP(Segment/Target/Positioning)전략의 가치가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 제품 혹은 상품 기획을 할때 해당 제품을 사용할만한 세그먼트를 먼저 보는 기획의 중요성은 에전에 비해 낮아졌다고 할 수 잇다.
그 시작은 PC였을 가능성이 높다. STP 전략이 잘 성립되지 않는 시장 가운데 하나가 바로 PC다. 사람들은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서 바라는 PC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용자 다수가 기능이 아니라 성능적 차이만 신경쓴다.
물론 노트북이나 PC를 출시할때 여성을 위해 핑크색 케이스를 선택하는 등의 세그먼트 전략을 펼칠수도 있지만 그것이 PC나 노트북 판매의 핵심이 될수는 없다. 이 시장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보편타당한 디자인 기호를 갖고 제품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슬림하며 유니바디로 되어 있고 세련된 메탈실버 색상인 맥북에어가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호응을 얻고 있는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나 노트북은 모두 보편성이 큰 영향력을 갖는 시장이다. 사용자층이나 사용방식의 차이에 따라 각각 다르게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되는 분야다. 그러나 웨어러블이나 IoT 시장에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IoT라는 시장의 본질이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사물과 인터넷 기기의 중간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강 관리를 위한 IoT라면 연령과 성별에 따라 관심을 갖는 건강의 관점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나이가 많은 노인층의 경우 혈압과 혈당이나 심박수가 매우 중요한 건강 정보이며 날씨의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장년층의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나 체지방 등에 민감하다. 그리고 근육량, 기초대사량, 올바른 식습관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반면 어린이들의 경우는 유행성 질환 및 알러지, 급격한 체온 변화가 주된 관심사일 것이다. 각각의 세그먼트에 따라서 관심이 가는 정보도 다르고 트래킹해야할 데이터도 제각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연령 뿐 아니라 성별에 따라서도 이 부분은 다를 수 있다.
하나의 IoT기기에 이 모든 현상을 추적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가격이 합리적일 수 있다면 모두 탑재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여전히 의료 관련된 트레킹 분야의 센서들은 저렴하지 않다. 보편화된 의료 IoT라는 것은 우리의 눈 앞에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이처럼 보편화되기에는 아직 기술적 완성도나 가격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은 IoT 시장에서 STP전략은 통할만한 잠재력이 있다. 특히 기존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폭풍의 눈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노인과 어린이를 겨냥한 IoT기기들의 잠재력이 크다는 생각이다.
LG전자는 최근 어린 아이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웨어러블 키즈 시계인 키즈온을 만들었다. 키즈온은 위치추적 외에 보호자에게 바로 통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거기에 제품에 대한 소유욕을 높이기 위해서 로봇이나 키티 같은 캐릭터 디자인을 입혔다.
관련기사
- 스마트워치, IT보다 시계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2014.09.01
- 안드로이드L이 스마트폰 시장에 던진 메시지2014.09.01
- O2O, 유행 아닌 대세가 되기 위한 조건2014.09.01
- 월드 랠리서 만난 현대차 vs 토요타…"여기선 빠른 제조사가 1위"2024.11.22
비싸지 않다면 선뜻 구매를 고려할 수 있는 기능들이다. IT기기에 캐릭터를 입혔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캐릭터 액세서리에 세그먼트에 적합한 기능을 탑재했다는 관점으로 제품 기획이 되면 더 좋을 것이다. 전자의 관점으로 다가서다 보면 결국 그 제품은 IT기기와 다름이 없는 IoT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웨어러블 기기를 중심으로 하는 IoT시장은 이미 IT기기들을 익숙하게 다루고 있는 30대 ~ 40대 남성들에 치우쳐 있다. 그럼에도 웨어러블은 여전히 틈새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IoT시장의 캐즘을 돌파하기 위하여 이제는 다소 예전의 전략으로 생각되고 있는 STP 전략을 적극 활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