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코어 어드밴스(2월), 갤럭시그랜드2, 갤럭시노트3 네오, 갤럭시S5(이상 3월), 갤럭시S5 광대역 LTE-A, 갤럭시줌2, 갤럭시W(6월)….'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한 스마트폰 제품들이다. 회사는 지난 6월까지 총 7종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놨다. 올해 하반기에도 굵직한 신제품으로만 갤럭시 알파, 갤럭시노트4, 갤럭시노트 엣지(가칭) 등이 대기 중이다. 지난해에는 연간 12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범위를 해외 시장까지 확대하면 종류는 더 많아진다. 각 국가와 통신사별로 사양을 달리한 파생제품들까지 합치면 일일이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다.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메가, 갤럭시그랜드, 갤럭시S 미니, 갤럭시윈, 갤럭시W, 갤럭시 팝 등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제품 라인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폰 산업의 헤게모니가 가격경쟁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에게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위기감이 대두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가절감에 고심하는 한편, 다양한 제품군으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나 떨고 있니?” 스마트폰도 PC산업처럼 위기감 고조
새해 벽두 중국 최대 PC 제조사인 레노버가 구글이 보유하고 있던 모토로라모빌리티의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글로벌 IT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지난 2005년 IBM이 자사 PC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산업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처럼 해석된다.
당시 PC 시장은 가격 위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화에 이르러 차별화와 수익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태였다. 최근 스마트폰 산업도 당시 PC 시장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익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분기 342달러였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지난해 1분기 299달러로 300달러 이하로 떨어진 이후 최근에는 230달러 후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역시 이같은 위기상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수치에서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중국과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현지 제조사에 내줬다.
김현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은 10% 정도 늘겠지만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저가 제품 비중이 늘면서 단기적으로는 이윤 압박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생산에 있어 기술장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철저한 모방전략을 앞세워 추격하는 중국 업체들에게 맞서 충분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대륙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신제품 '미(Mi)4'는 성능 면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5, LG전자 G3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가격은 499달러(약 51만원)로 절반 수준에 불과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 낮춰라” 저가 스마트폰 전쟁 시작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이유는 갤럭시S5의 부진보다는 중저가 라인업에서 중국업체 등에게 점유율을 뺏기기 시작한 것이 문제라면서 기업의 경쟁우위가 파괴되는 것은 언제나 로우엔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하이엔드에서 선전했다는 설명은 위안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변화에 대응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제조경쟁력이 꼽힌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고 자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다양한 제품군을 빠른 시간 안에 출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으로 속속 이전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고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가 심화되고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 정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톈진 공장에 휴대폰 생산 물량을 줄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베트남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공장을 주력 생산기지로 키우면서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 휴대폰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2억4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삼성전자 전체 연간 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부품 수직계열화 역시 삼성전자의 주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부품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자체 부품조달 비중은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중 최고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갤럭시S4의 경우 총 부품원가(BOM) 236달러 중 자체 생산한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9달러로 63%에 이른다.
■'피처폰의 제왕' 노키아 성공 비결과 닮은꼴?
이같은 삼성전자의 전략은 지난 2010년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켰던 노키아를 떠올리게 한다. 노키아가 피처폰 시장에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배경은 가격경쟁력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노키아는 남미,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신흥시장 공략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폰의 기록을 가지고 있던 '노키아 1100'은 흑백 디스플레이에 문자메시지와 알람 등 필수 기능만을 탑재하면서 가격을 50달러 이하로 판매해 지난 2003년 말 출시 이후 누적판매량 2억5천만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낮은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노키아가 꾸준히 두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제조경쟁력이다. 노키아는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제조역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철저히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공급망관리(SCM)에도 힘썼다. 저가 휴대폰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중급 라인업을 강화한 것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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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역시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저가 스마트폰 비중을 늘리면서 이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베트남 공장의 생산라인 확충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늘어나는 판매요구를 맞추면서 신흥 제조사들과 경쟁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성장 둔화, 범용화 및 경쟁 심화에 따라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실적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는 플렉서블 OLED 등으로 제품을 차별화하고 (하이엔드에서 보급형에 이르는) 풀라인업 전략, 베트남 사업장 생산으로 마케팅 및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향후 모바일 사업의 이익률을 10% 초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