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4K 모니터, 이제는 고민할 때…

와사비망고 UHD285 리얼4K 리뷰

일반입력 :2014/08/04 10:37    수정: 2014/08/04 13:32

권봉석

와사비망고 UHD285 리얼4K(이하 UHD285)는 국내 중소기업이 최초로 선보인 UHD 모니터다. 패널 크기는 28인치(71.1cm), 지원 해상도는 3840×2160 화소다. 디스플레이포트 1.2 단자 1개와 HDMI 1.4a 단자 3개 등 총 4개 입력단자를 달아 PC 이외에 총 세 개의 기기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포트 1.2단자는 60Hz, HDMI 1.4a 단자는 30Hz를 지원한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TN 패널을 썼지만 각도 변화에 따른 색 왜곡 현상은 덜하다. 강화유리가 긁힘이나 이물질 부착으로부터 패널을 지켜주며 두 입력단자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픽처인픽처(PIP), 픽처바이픽처(PBP) 기능도 갖췄다.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조작할 수 있는 리모컨도 제공된다. 베사 규격 마운팅 홀을 달아 벽걸이나 틸트·회전이 가능한 받침대를 달아서 쓸 수 있다. 소비전력은 최대 32W이며 가격은 51만원 선.

TN 패널 썼는데 괜찮을까? “평균 이상은 해낸다”

UHD285가 쓴 패널은 IPS 패널이나 MVA 패널이 아닌 TN 패널이다. 삼성전자나 AUO는 물론 일찌감치 4K 모니터를 밀어붙인 델 역시 보급형 제품에는 TN 패널을 쓴다. TN 패널은 분명 다소 낮은 평가를 받는 패널이지만 보급형 모니터가 등장한 초기 단계에서 흔히 거쳐가는 통과 의례처럼 여겨진다. 20인치대 풀HD(1920×1080 화소) 모니터만 해도 IPS 패널 가격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TN 패널을 곧잘 썼다.

소비자가 보통 TN 패널 모니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야각과 색재현성이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이다. 먼저 이 제품의 시야각을 살펴보면 옆자리 사람이 보는 각도인 60도를 벗어나면 흔히들 ‘물빠진 색감’이라고 이야기하는 변색현상이 나타난다. 70도 이상을 벗어나면 아예 다른 색깔로 보인다. 위로 올려다 보거나 아래로 내려다 보면 변색현상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TV처럼 정면에서 1.5~2m 떨어진 거리에서 본다면 시야각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반대로 책상 앞에 앉아서 모니터처럼 쓴다면 더욱 시야각은 큰 의미가 없다.

공장 출하 기본 상태 (밝기 90, 대비 50, 색온도 6500K)에서는 다른 패널과 큰 색감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다만 두 색상을 빠른 시간동안 번갈아 보여주며 비슷한 색상을 내는 TN 패널 특성상 사람에 따라서는 부정확한 색상, 또는 ‘물빠진 느낌’이 드는 색상때문에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나 동영상, 문서 작성 등 일반적인 작업을 수행한다면 기본 상태로도 충분히 괜찮은 화면을 볼 수 있다.

HDMI, DP 케이블 기본 제공⋯OSD 메뉴는 불편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초기화 시간이 길어지는 건 요즘 나오는 모니터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다. 조작성이나 반응 속도는 어떨까? UHD285 역시 기존 QHD(2560×1440 화소)급 모니터와 달리 전원을 넣어도 화면이 나타날 때까지 약간 지연 시간이 있는 편이다. 디스플레이포트 단자는 약 5초, HDMI 단자는 6초 가량 걸린다. PC나 노트북이 절전 모드일때는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각종 조작은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있는 버튼과 리모컨으로 한다. 하지만 메뉴 위·아래를 이동하는 버튼이 ‘위/아래’가 아닌 ‘아래/위’ 순서로 배열되어 부자연스럽다. 화살표 버튼이 상하좌우로 배열된 리모컨을 이용하면 조작이 한결 수월하지만 반응속도 역시 썩 만족스럽지 않다. 메뉴 화면과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 알아보기 힘든 것도 흠이다.

반면 디스플레이포트 케이블과 HDMI 케이블을 각각 하나씩 기본 제공해 따로 사지 않아도 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애플 제품과 연결할 때 쓰이는 미니 디스플레이포트(썬더볼트)-디스플레이포트 케이블은 따로 사야 하지만 중국·대만산 저가 제품을 연결해도 곧잘 작동했다. 저가 케이블을 썼다 해도 지연 현상이나 노이즈는 없다. ■4K 출력은 아직 OS X가 한수 위

4K 모니터가 갖춰졌다 해서 무조건 고해상도 화면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으로는 4K 구현이 불가능하다. 맥미니(2012) 등 제한적으로 출력이 가능한 기기도 있지만 화면이 깨지거나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PC나 노트북을 막론하고 그래픽칩셋이 따로 달린 제품을 써야 한다. DPI 조절 기능을 쓰기 위해 윈도 운영체제는 윈도8 이상, OS X는 매버릭스(10.9.3) 이상이 필요하다.

다만 4K 출력은 아직 OS X가 한 수 위다. 실제 해상도는 3840×2160 화소지만 1920×1080 화소로 보는 것처럼 비율을 조절한다. 텍스트나 아이콘은 같은 면적에 두 배 많은 픽셀을 투입하고, 동영상이나 사진등은 1:1로 보여주어 세밀함을 높인다. 반면 윈도 운영체제는 DPI(글자 크기)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일부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이외에는 4K 이점을 살리기 힘들다.

디스플레이포트와 HDMI 출력이 모두 가능하다면 UHD285와 디스플레이포트로 연결하는 것이 좋다. 보다 자연스런 화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포트는 60Hz로, HDMI는 30Hz로 화면을 뿌린다. 굳이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동영상을 돌려보는 수고를 들일 필요 없이 마우스 화살표를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창 위치만 옮겨봐도 대번에 차이가 날 정도다. HDMI로 연결하면 고성능 PC를 연결해도 화면이 끊기거나 지연 현상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결론 : 4K 모니터 대중화 기폭제 될까

4K 모니터 가격이 비쌌던 올해 초까지 QHD 모니터에서 4K 영상을 보기 위해 쓰였던 편법이 있었다. 바로 그래픽카드에서 4K 해상도를 만들어낸 다음 반 강제적으로 QHD 모니터에 표시하는 다운스케일링이다. 억지로 해상도를 떨어뜨리는 만큼 글자를 읽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영상이나 사진을 확인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몇몇 업체가 이런 편법에 ‘버추얼 4K’라는 이름까지 붙여 소비자를 현혹하기도 했다. 그런 상술이 통할 만큼 4K 모니터가 가격도 비쌌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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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가격을 낮춘 UHD285가 무조건 뛰어난 모니터는 아니다. 두 배 이상 넓어진 화면에 맞게 메뉴 크기를 손보지 않았거나, 베사 규격 지지대를 따로 달려고 해도 지지대를 함부로 풀어내기 어려운 불편함도 있다. 제대로 쓰려면 디스플레이포트 단자를 지원하는 중상급 그래픽카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4K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4K 해상도를 가상으로 낮춰 28인치로 억지로 고정시키는 방법과 비교하면 선명함에서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출판이나 디자인, 사진 등 색 관리가 중요한 작업이라면 별도 기기를 이용한 캘리브레이션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비단 TN 패널을 쓴 모니터 뿐만 아니라 IPS 패널을 쓴 모니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보급형 4K 모니터 시장에 믿을만한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