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소수 거대 업체들간 경쟁 체재로 재편됐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을 필두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공룡들이 첨예한 치킨게임을 벌이는 상황이다. 1년에 한차례 정도 서비스 가격을 인하하던 AWS에 대항하기 위해 구글과 MS는 경쟁적으로 서비스 가격을 낮췄고 그에 맞서 AWS도 맞불을 놓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번스타인리서치의 카를로스 키르히너 애널리스트는 IaaS 시장 경쟁에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개 회사만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3사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을 회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시장에서 잔뼈 굵은 오라클, IBM, VM웨어도 그 경쟁을 견딜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대형사업자들의 IaaS 리그는 자산, 기술, 경험을 요구하는데 그를 가진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회사는 수백 수천대 혹은 수백만대의 서버로 이뤄진 분산형 컴퓨팅 인프라를 만들어낼 능력을 보유했다. 기술력과 경험에 더해 가공할 규모의 경제를 가졌다. 지금도 아마존, 구글, MS는 잊을 만하면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한다. 대형 충돌을 앞두고 누군가 겁먹고 핸들을 꺾으면 지는 게임이다.
거인들의 피터지는 싸움속에 패기넘치게 퍼블릭 클라우드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많은 기업들은 조금씩 시야에서 멀어져 간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도 그동안 여러모로 힘든 싸움을 벌여왔다. 국내 업체가 과연 클라우드 서비스로 글로벌 업체들과 겨룰만한 역량이 있는지 의심하는 시선도 부쩍 늘었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클라우드서비스브로커리지(CSB) 사업을 시작한 장선진 소프트웨어인라이프 대표는 “클라우드는 기술주도를 계속할 수 있는 곳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이 돼 버렸는데, 공룡이 아니면 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클라우드를 쓸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에서 외국 벤더와 서비스업체가 시장을 다 가져갈 분위기인데, 그동안 한국에서 외국계 IT회사 제품 유통하고 유지보수해 먹고 살던 회사들이 다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IT시장을 지탱해온 외국 솔루션 유통 시장이 무너질 것이란 예상은 이미 IT업계 종사자 사이에서 널리 퍼진 인식이다. 몇몇 연륜있는 외국계 IT기업 한국지사 임원들은 채널파트너사의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클라우드로 IT가 옮겨가는 상황에서 그 기반 인프라 서비스로 먹고 사는 건 더 어렵다. 쟁쟁한 미국서도 공룡만 살아남는다는 전망이 나오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IT기업은 클라우드로 먹고 살 수 없게 돼야 한다는 것일까.
장선진 대표는 “여러 클라우드를 중개하는 클라우드서비스브로커리지(CSB)는 전세계적으로 평준화된 시장이어서 한국 회사가 아직 해볼 만하다”며 “한국 IT시장이 무너지는데, 지금 시점에서 그 간극을 메울 사업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인라이프의 ‘CSB.IO’는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업이나 개인의 수요에 맞게 구성해주고, 관리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에게 적합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효율적인 사용법 등에 대한 컨설팅도 제공한다. 다수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표현된다.
CSB.IO처럼 클라우드 중개업으로 대성공을 거둔 사례는 이미 나와 있다. 미국의 라이트스케일이다. 라이트스케일은 여러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장터를 마련하는 중개유통업자로 성장, 고객사에서 원하는 환경을 퍼블릭 클라우드에 구성해 제공하는 컨설팅 및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 대표는 “여러 클라우드를 쓰는 방법을 조언하고, 감사기능을 같이 수행할 수 있다”며 “모니터링을 고객 대신 하면서 문제발생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고객이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서비스업체와 협의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업체마다 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게 쓸 수 있게 가이드하고, 기술적 문제점을 대신 해결하는 사업자가 CSB.IO의 방향”이라며 “과거 서버를 납품하고 대신 유지보수 하던 채널사의 역할은 클라우드에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SB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육성을 다짐한 사업모델이다. 유럽연합도 클라우드 시장에서 CSB 육성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그는 “컴패터블월이라고 유럽연합이 CSB 플랫폼을 오픈소스로 만들고 있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요 벤더를 갖지 못한 유럽이 서비스 브로커리지 사업자를 많이 만드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CSB는 글로벌로 큰 격차 없이 플랫폼화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기종 IaaS를 다 연동할 수 있어야 하고, 각 서비스 인프라를 이해해야 하고, 우리만의 과금모델과 사용자 인증모델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등 쉽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프트웨어인라이프의 CSB.IO는 KT 유클라우드비즈만 제공하고 있다. KT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가격보다 10%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장 대표는 향후 구글 클라우드플랫폼, MS 애저, IBM 소프트레이어 등 다양한 서비스 유통도 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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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IaaS, PaaS, 애플리케이션 관리 자동화, 요금관리. 자산관리까지 갈 생각이다”며 “클라우드 사업자입장에선 어떻게든 인프라의 유틸라이제이션을 높여야 하고, 사용자는 쉽고 편하고 싸게 인프라를 쓸 수 있으므로 CSB에 대한 수요가 양쪽에서 다 높다”고 포부를 보였다.
소프트웨어인라이프의 판단이 100% 옳다고 속단할 수는 없을 듯하다. 클라우드 거인들의 틈바구니에서 먹을거리를 찾으려는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전세계적인 공통 고민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탈 지, 신흥 거인으로 성장을 꿈꿀 지, 포기하고 고뇌의 끈을 늦추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