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마니아들이 선거철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오크녀’로 불리며 화제가 됐던 40대 미국 상원 의원이 게임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다시 소개되면서 게임과 선거철 표심의 상관관계가 재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 게임 커뮤니티에 ‘미국 상원의원 선거 오크녀 사건’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지난 2012년 11월 미국 상원의원 선거(메인주 지역)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상과 다르게 민주당 후보 라코위치가 공화당 후보였던 토마스 마틴을 밀어내고 상원의원으로 뽑힌 것.
당시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공화당 측의 무리한 게임 네거티브 전략 때문이었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 공화당 후보가 게임을 즐기는 라코위치를 부정적으로 포장해서다.
미국 공화당 측은 ‘그녀의 기이한 이중생활’이란 웹사이트를 만든 이후 그녀가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호드진형 오크 도적 캐릭터로 ‘(게임 속에서)많이 찌르고 다닌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오크녀’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미국 게임팬의 표심을 자극하면서, 엉뚱한 결과로 나타났다고 전해졌다. 한 게임 이용자가 올린 글이 게임팬들의 표심을 흔든 것. 라코위치 후보가 미국 상원의원의 옷을 입게된 시발점이었다는 후문이다.
공화당 지지자였던 미국의 한 게임 이용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인 생각은 달라도, 나의 친애하는 호드 동료가 이런 식으로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글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 글은 미국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빠르게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2012년 미국 상원의원 선거는 게임과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정치권과 의원을 뽑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서병수 의원이 부산시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정치권의 예상과 다르게 부산시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선 충격을 줬다고 알려졌다.
이는 서병수 당시 의원이 게임규제에 찬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게임팬의 표심이 상대 후보 진형으로 일부 넘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거돈 후보의 선거 홍보물도 표심 이동에 큰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게임팬들의 지지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또한 부산은 우리나라 대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매년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 규제에 찬성했던 서병수 당시 의원이 부산시장으로 부적절하다는 분위기도 팽배했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병수 당시 의원이 부산시장이 된 이후에도 여전하다.
그렇다면 2년 전 미국 상원의원 이야기가 최근 다시 수면위에 올라온 이유는 무엇일까. 7월30일 재보궐선거를 앞둔 만큼 의미가 있어 보인다.
재보궐선거에 나선 여당과 야당 후보들이 어떤 게임 정책을 지지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 그러나 위의 사례를 보면 한쪽으로 치우진 편협한 생각과 터무니없는 네거티브 전략은 선거철 투심 사냥에 유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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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규제 때문에 성장성이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게임은 산업이자 하나의 문화라는 점을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서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경우 집권 여당 소속 새누리당 의원 일부는 게임 산업 규제에 팔을 걷어 붙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규제’ ‘실효성 없는 규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셧다운제와 일명 ‘게임중독법’을 찬성했던 의원의 행보에 업계의 귀추는 더욱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