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슈퍼컴퓨터의 순위를 보여주는 최신 '톱500'이 발표됐다. 현재 세계서 가장 빠른 슈퍼컴은 중국의 텐허2 차지였다. 텐허2는 33.86페타플롭스의 성능을 기록하며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33.86페타플롭스는 부동소수점 연산을 1초 안에 3경3천860조 회 수행한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 슈퍼컴의 성능이 1메가플롭스였으니, 50년 만에 300억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미국 지디넷은 최근 슈퍼컴퓨터의 역사에서 변화를 만들어낸 6대의 컴퓨터를 조명했다. 첫 슈퍼컴퓨터부터 최근의 텐허2까지 슈퍼컴퓨터 기술의 트렌드를 바꾼 역사적 물건들이다.
■CDC-6600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슈퍼컴퓨터는 세이모어 크레이가 컨트롤데이터코퍼레이션(CDC)이란 회사에서 개발한 CDC-6600이다. 1964년 세상에 나온 CDC-6600은 40MHz의 클럭속도를 가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해 1메가플롭스의 성능을 냈다.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였지만, 오늘날 초저가 컴퓨터인 라즈베리파이 초창기 모델과 비교해도 느리다. ARM 1176JZF-S 프로세서(700MHz)로 이뤄진 라즈베리파이는 42메가플롭스의 속도를 낼 수 있다.
CDC-6600은 1964년부터 1969년까지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 지위를 누렸다. 1969년 후속작인 CDC-7600이 완성되며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리고 세이모어 크레이는 1972년 CDC를 나와 크레이리서치를 설립해 슈퍼컴퓨터 전문기업을 만들었다.
■크레이1
세이모어 크레이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 '크레이(Cray)'는 제품명에도 회사명과 창업자명을 사용했다.
1975년 크레이는 자신들의 첫번째 슈퍼컴퓨터인 크레이1을 발표한다. 크레이1은 80MHz 프로세서를 내장해 136메가플롭스의 성능을 보였다.
크레이1은 알파벳 C자의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히 미학적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C자 형태로 만들게 됨으로써 속도를 좌우하는 서킷보드는 짧아지면서, 전체 속도는 빨라지고, 서킷은 길어졌다.
CPU부터 전체 디자인까지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크레이의 설계방법은 이후 승승장구하다 사라진다.
■뉴머리컬윈드터널(Numerical Wind Tunnel)
미국이 약 10년 동안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을 독점하지만, 일본이 90년대 들어 역전타를 날리게 된다.
1993년 일본 후지쯔는 '수치풍동(数値風洞)', 영어로 'Numerical Wind Tunnel'이란 제품을 내놓는다. 이 슈퍼컴퓨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안정적으로 100기가플롭스의 속도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 컴퓨터엔 속도를 위한 2가지의 신기술이 투입됐다.
먼저, 후지쯔는 벡터 컴퓨팅을 사용했다. 벡터 프로세싱에서 전용칩들은 1차원 배열의 다수 데이터를 처리한다. 한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명령어를 갖는 표준 스칼라 프로세서가 아니다.
그리고 단일의 공유 데이터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멀티 데이터버스를 사용했다. 복수의 프로세서가 한번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시도는 대용량 병렬처리로 불렸다.
이로써 후지쯔의 '뉴머리컬윈드터널'은 오늘날 멀티코어 CPU에서 활용되는 복수명령열-복수데이터열(MIMD) 방식의 조상격이 됐다.
■ASCI 레드(Red)
지금도 슈퍼컴퓨터 세계의 절정고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텔. 인텔은 MIMD를 통해 특화된 벡터 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우수한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여겼다.
그리고 1996년 인텔은 ASCI 레드를 만든다.
ASCI 레드는 200MHz 펜티엄프로세서 6천개로 이뤄졌다. 이 컴퓨터는 1테라플롭스 장벽을 무너뜨렸다. ASCI 레드는 가장 빠르면서, 가장 신뢰성 높은 슈퍼컴퓨터란 지위를 누렸다.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베오울프
인텔이 ASCI 레드에 수백만달러를 쏟아붓던 동시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우주비행센터(GSFC)는 스스로 슈퍼컴퓨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GSFC는 16개 486DX 프로세서를 수천수백만개의 버스 대신 10Mbps 이더넷으로 연결하기로 정했다.
GSFC의 첫번째 베오울프클러스터는 오늘날 슈퍼컴퓨터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눅스 기반 슈퍼컴퓨터의 시조였다.
베오울프는 NASA와 계약한 돈 베커와 토마스 스털링에 의해 1994년 만들어졌다. 수천달러짜리 병렬처리컴퓨터로 설계됐다. 속도는 한자릿수 기가플롭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오울프는 슈퍼컴퓨터를 별도의 하드웨어 개발없이 기성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작년 보이시주립대의 조슈아 키퍼트는 학교의 오닉스 베오울프 클러스터를 참조해 라즈베리파이로 슈퍼컴퓨터를 만들기도 했다.
■텐허2
텐허2 혹은 은하수2란 슈퍼컴퓨터는 3년째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은 텐허2의 33.86페타플롭스란 현재기록을 2018년까지 100페타플롭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텐허2의 디자인은 첫번째 베오울프 클러스터를 따르고 있다. CPU를 486DX에서 2개의 인텔 제온 아이비브릿지 프로세서와 3개의 제온파이 프로세서로 교체했고, 노드를 1만6천개로 늘렸다. 이로써 텐허2의 코어수는 312만코어에 이른다.
텐허2와 베오울프의 아키텍처 디자인 차이는 프로세서를 복합해 사용했다는 점이다. 텐허2의 제온과 제온파이를 혼합하는 방식은 부동소수점연산에 특화되도록 만들어졌다.
범용 프로세서를 혼용하는 방식은 오늘날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달초 발표된 톱500에서 62대의 슈퍼컴퓨터가 가속기나 코프로세서 기술을 활용했다. 작년 11월 톱500의 53대보다 더 늘었다.
가속기나 코프로세서로는 44대가 엔비디아 칩을 사용했고, 2대가 ATI 라데온을 사용했다. 17대는 인텔 MIC 기술인 제온파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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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의 슈퍼컴퓨터는 엑사플롭스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천경이란 가공할 연산속도를 갖는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는 2018년 세상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지디넷은 누가 첫 엑사플롭스 슈퍼컴을 만들지는 모르지만, 그 컴퓨터는 리눅스와 2종의 프로세서를 혼합하며, 베오울프 디자인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