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마약이냐고 묻는다면 마약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나는 마약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천영훈 참사랑병원 원장이 마약과 게임이 모두가 ‘한 명의 중독자라도 양산해야 잘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2일 국회의원회관 2층 제1소회의실에서는 중독예방을 위한 범국민 네트워크가 주관하는 ‘범종교시민사회 200인 선언 및 토론회’가 개최됐다. 주최자는 중독포럼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다.
이 행사 2부로 진행된 중독토론회에서는 알코올과 도박, 또 마약과 인터넷 게임 등에 대한 발표자의 강연이 열렸다. 이 가운데 청중들과 취재진들의 관심을 모은 순서는 ‘약물: 생활 속 약물오남용 실태와 심각’이란 주제의 천영훈 원장 발표였다.
먼저 그는 마약이 더 이상 조직폭력배나 유학생 등 일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마약 중독의 폐해를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역시 마약류범죄계수(인구 10만 명당 적발된 마약사범의 수. 20이 넘어가는 경우 마약 통제 불능 상태로 간주)가 20을 넘어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지 오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엑스터시·프로포폴·히로뽕·대마초·합성 대마 등 다양한 종류의 불법적인 약물들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조직적 대응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천 원장의 발표에서 주목을 끌어 모은 대목은 마약과 게임의 유사성을 지적한 부분이다. 그는 프로젝터 화면에 선정적으로 보이는 몇 개의 게임 광고 포스터를 띄운 후 게임을 마약에 비유했다.
이어 지난 3월 체포된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마약이 사라지지 않는 건 마약이 유일하게 주변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마약으로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사람, 나아가 국가 전체가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마약이 멕시코에서 사라지지 않고, 일각에서는 호아킨 구스만을 옹호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였다.
계속해서 천영훈 원장은 게임 역시 선정적인 문구 등 어떻게 해서라고 한 명의 이용자를 늘려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면에서 마약과 유사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과도한 상업적인 목적에 빠져 갖은 수단으로 이용자를 늘리려 하고, 이를 정당화 한다는 측면에서 게임이 마약과 같다는 발언이었다.
천 원장은 “ 세월호에 비유하면 짐이 너무 많으니 그 안에 있는 짐을 내리자는 것이 아니다”며 “배 안에 게임, 알코올, 담배 등의 짐은 그대로 두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평행수를 충분히 채워서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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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정부가 하는 역할은 지리산에 사는 소외돼 있는 할머니 집에 전기를 나줘야 하는 것처럼, 중독문제 역시 소외된 곳에 정부가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토론회에 앞서 범종교시민사회 200인은 중독예방관리치료를 위한 안전망과 국가법제도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